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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청 사태 해결사 코언…DJ 납치 때도 구명 운동

중앙일보 2012.05.07 00:46 종합 16면 지면보기
코언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 사태는 최근 며칠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긴장관계로 몰아넣었다. 그 이면에서 난제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해결사가 있었다. 미국에서 ‘중국법 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제롬 코언(81) 뉴욕대 법학교수가 주인공이다.



 천광청은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한 뒤 미국 관리들에게 “내가 믿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멘토(조언자)가 있다”고 했는데 그가 바로 코언 교수였다. 코언 교수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포린폴리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몇 가지 숨은 뒷얘기를 공개했다.



 우선 천광청이 보호막인 미국대사관에서 나간 건 순전히 본인의 선택이었다. 코언 교수는 “천광청이 중국 대학에서 공부하게 해 주겠다는 당근에 결국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전화통화에서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천광청은 듣지 않았다”며 “대사관을 나간 뒤 비로소 그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코언 교수는 “중국에 머물겠다는 입장도 바뀌어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며 “나는 적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이 있기 전에는 안전이 보장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천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거론하며 미국행을 요청한 건 이 같은 코언 교수의 조언 덕분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코언 교수가 천을 처음 만난 건 2004년이다. 두 사람은 중국의 법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봐 친분을 맺었고, 그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지난달 30일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한 천이 전화를 걸어와 다시 인연을 이었다.



 WP는 천이 미국에 올 경우 코언 교수가 있는 뉴욕대에서 중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는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지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코언 교수는 포린폴리스와의 인터뷰에서 “모금에 나서긴 하겠지만 당장은 천광청과 그 가족들을 경제적 측면에서 도울 여력이 없다”며 “천이 뉴욕대로 오면 좋겠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그의 방문을 원하는 미 법학 대학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언 교수는 1973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납치됐을 당시 구명운동을 벌였으며, 94년엔 DJ가 설립한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의 해외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또 대만의 여성 부총통이었던 뤼슈롄(呂秀蓮)을 돕는 등 아시아의 인권운동에 관심이 많다.



 한편 천의 탈출을 도운 인권운동가 쩡진옌(曾金燕)은 6일 “탈출 과정에서 천이 다리 골절상을 당해 깁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학 수속이 다소 늦어질 수 있으며, 중국이 곧바로 출국을 허용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최형규·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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