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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 안 쓰고 가족 위해 일했는데 … 노래방에서 꺾인 코리안드림

중앙일보 2012.05.07 00:44 종합 18면 지면보기
숨진 스리랑카 근로자 틸란가의 형 나누스카가 6일 장례식장에서 눈물짓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언제나 열심히 일했습니다. 모처럼 간 노래방이었는데….”


회식하던 스리랑카 20대 셋
같은 회사 직원 셋과 함께 숨져

 자동차부품 회사인 부산시 금사동 ㈜기수정밀 손영태 관리이사는 침통해했다. 겨우 말문을 연 그는 “사망자 가운데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3명은 돈 많이 벌어서 가족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코리안 드림’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하고 저 세상에 갔다. 그래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숨진 스리랑카 근로자는 제무누(26)·틸란가(25)·가얀(28) 등 3명. 제무누·틸란가는 2010년 7월 한국에 건너와 다른 회사에 근무하다 지난해 1월 기수정밀에 입사했다. 지난해 10월 입국한 가얀(28)에게는 기수정밀이 첫 직장이다. 이들은 한국말도 서툴다. 스리랑카에서 2~3개월 기초한국어 교육을 받은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인 기능공 밑에서 손짓, 발짓을 해가며 선반·드릴로 부품을 깎고 구멍을 뚫는 등 생산보조 일을 하며 기술을 배웠다. 하루 8시간이 모자라 잔업을 요청해 10시간씩 일할 때가 많았다. 토·일요일에도 돈을 벌어야 한다며 특근을 하곤 했다. 사고가 난 날도 오후 5시까지 근무한 뒤 한국인 동료 9명과 함께 노래방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전체 12명 가운데 한국인 6명만 목숨을 건졌다.



  월급은 한 달 180여만원. 스리랑카 근로자들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두 모국의 가족에게 보낸다. 생활비는 연 500%인 보너스만으로 충당했다. 이들은 회사에서 100여m 떨어진 방 4개짜리 기숙사에서 살았다. 방은 1~2명씩 나눠 사용했다. 아침 식사는 거르는 경우가 많았고, 점심·저녁 식사는 주로 회사 식당에서 해결했다.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이루려 똘똘 뭉쳤다. 출퇴근을 함께했고, 지각·조퇴도 없었다. 성격이 쾌활해 한국인과도 잘 어울렸다는 게 동료 직원의 설명이다. 이 회사 손영태 이사는 “사고 당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로 약속해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수정밀 근로자 160여 명 가운데 외국인 동료들은 큰 슬픔에 잠겨 있다. 부산 금사동 일대에서 근무하는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20여 명은 6일 오후 기수정밀에 다니다 숨진 틸란가의 시신이 안치된 개금백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숨진 틸란가와 같은 스리랑카 하살라카 등 여러 지역 출신으로, 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사고 경위와 대책 등을 논의했다.



부산=황선윤·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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