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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古今通義] 직간하는 측근

중앙일보 2012.05.07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이덕일
역사평론가
두거(杜擧)라는 말이 있다. 춘추(春秋) 시대 진(晉) 평공(平公)의 선부(膳夫·요리사)였던 두궤(杜?)가 들었던 술잔이란 뜻이다. 『예기(禮記)』 ‘단궁(檀弓)’에는 진 평공이 경건하게 보내야 하는 자묘일(子卯日)에 음주가무를 하자 두궤가 그 곁에서 풍악을 울리는 사광(師曠)과 이조(李調)를 꾸짖으며 벌주를 마시게 하고 자신도 마셨다. 평공이 “과인 역시 과오가 있다”면서 벌주를 자청하자 두궤가 잔을 씻어 올렸다. 평공은 두궤가 들었던 잔을 버리지 말고 영원히 전하라고 말했다는 고사에서 충언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주운의 칼(朱雲之劍)도 마찬가지 뜻이다. 한(漢)나라 괴리영(槐里令) 주운은 성제(成帝)가 높이는 승상 장우(張禹)를 간신이라면서 자신에게 상방참마검(尙方斬馬劍)을 빌려주면 목을 베겠다고 극간했다. 성제가 끌어내 죽이려고 하자 어전(御殿)의 난간을 붙잡으며 버텨 난간이 부러졌다. 좌장군 신경기(辛慶忌)가 머리를 찧어 피를 흘리면서 직간해 주운을 구했는데 훗날 주운의 말이 옳음을 깨달은 성제는 부러진 난간을 그대로 두게 해서 직간하는 신하의 본보기로 삼게 했다는 『한서(漢書)』 ‘주운열전’의 이야기다. 『한서(漢書)』 ‘정숭(鄭崇)열전’에는 한(漢)나라 상서복야(尙書僕射) 정숭이 황제가 싫어하던 쓴소리를 자주 해서 애제(哀帝)가 가죽 신발 끄는 소리만 들어도 정숭이 오는 것을 알고 긴장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조선의 양녕대군도 세자 빈객(賓客) 이래(李來)의 충언을 들었다면 쫓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용재총화』에는 양녕이 잘못이 있으면 이래가 여러 말로 지극하게 간하므로 양녕이 원수같이 여겼는데, 어느 날 옆 사람에게 “계성군(鷄城君) 이래만 보면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산란하다. 비록 꿈에서라도 보이면 그날은 반드시 감기가 든다”고 말했다고 전할 정도다. 『태종실록』 15년(1415) 1월 28일자는 태종이 세자 빈객 이래와 변계량(卞季良) 등을 불러 세자의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한다고 꾸짖으면서 “경 등은 이미 재상이 되었는데 무엇을 꺼려 세자를 바른 길로 이끌지 못하느냐?”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태종의 말을 전해 들은 세자가 잘못을 시인하지 않자 이래는 눈물을 흘리면서 “전하의 아들이 저하(邸下·양녕)뿐일 줄 아십니까?”라고 ‘미래에 벌어질 일을’ 예견했다. 이때가 쫓겨나기 3년 전이었으니 양녕이 이때 이래의 직간을 들었다면 자신이 왕이 되었을 것이다.

 요즘 이런저런 대선 후보들의 동정이 많이 거론된다. 필자는 후보 본인은 물론이지만 후보 곁에 직간하는 측근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주위에 예스맨만 있는 후보의 당선은 또다시 국가의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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