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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태평양의 젖소와 한·중 FTA

중앙일보 2012.05.07 00:00 종합 38면 지면보기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지금 태평양 어딘가에는 젖소 수천 마리를 태운 배가 항해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 가는 소다. 중국은 올해 젖소 10만 마리를 수입하기로 하고, 수송 작전을 펴고 있다. 주로 우루과이·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온다.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10만 마리를 25척에 실어 중국으로 들여왔다. 식생활 개선으로 우유 수요가 늘고 있지만 그 우유를 만들 원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중국 낙농업의 현실이다. 2008년 어린이 6명을 사망케 한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불량 젖소’를 대거 폐기하면서 ‘젖소 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업계는 낙농 현대화에 나선다지만 우유가 공장에서 제품 찍어 내듯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는 기회다. 중국의 ‘낙농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료 전문기업인 코휘드가 사례다. 이 회사는 헤이룽장(黑龍江)성 치치하얼(齊齊哈爾)에서 1000마리 규모의 젖소 목장을 운영 중이다. 돈 주고 산 게 아니다. 치치하얼 시정부가 젖소를 모아줬고, 축사와 축유시설도 제공했다. 낙농 현대화를 모색하던 시당국이 사료 기술을 갖고 있는 코휘드에 5000마리 규모의 목장 위탁사업을 제안했고, 제1차로 1000마리를 모아 코휘드에 넘긴 것이다. 원래 농가에 젖소 한 마리당 연간 3000위안(약 54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이정주 사장은 사료 기술이 있기에 성공을 자신한다. 코휘드는 연구개발을 통해 한 해 원유 생산량을 약 7t으로 끌어올린 젖소 사료를 만들어냈다. 일반 중국 젖소보다 75%나 많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낙농 전문가를 영입해 품질관리를 맡기기도 했다. 품질이 좋으니 유통은 현지 우유 업체가 알아서 해준다. 인근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우유업체 멍뉴(蒙牛)가 젖을 짜기가 무섭게 가져간다. 중국에서 프리미엄급 우유 브랜드를 개발하는 게 이 사장의 꿈이다.



 중국과의 FTA 협상이 시작됐다. 농업 분야는 우리 측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코휘드 사례는 그러나 농업 분야도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중국은 그동안 공업화에 힘쓰면서 농업 분야를 상대적으로 외면해 왔다. 우리나라 농기술·노하우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분야가 많다. 게다가 중국은 식품 안전에 대한 관리 의식이 약하다. 배추에 발암성 포름알데히드를 써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식품은 안전하다’는 인식만 심어준다면 우리 농·수·축산 가공품의 중국 시장 가능성은 크다. 우유·소시지·햄 등 가공식품은 좋은 전략 상품이 될 수 있다.



 물론 쌀을 포함한 민간품목은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방어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켜야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만으로는 협상의 대국을 놓칠 수 있다. ‘중국 농축산업 비즈니스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공격적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태평양의 젖소에서 얻는 FTA 협상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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