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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이런 사람이 진짜 장관이다

중앙일보 2012.05.07 00:00 종합 38면 지면보기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4·11 총선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이성(理性)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는 공동체를 공격하는 음해·선동세력이 얼마나 저질인지 생생히 목격했다. 야당은 어설프게 이들과 어울리다 자질론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한국 사회는 광우병 사건에서도 이성을 되찾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동요 없이 과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광우병 촛불집회는 별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들은 매미가 되려 했으나 귀뚜라미에 머물렀다. 근본적으로 광우병 불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래권력’ 박근혜가 미국산 쇠고기 갈비탕을 먹었다. 처음에 그는 ‘안전확인 때까지 검역 중단’을 주장했다. 그런 그가 갈비탕을 먹은 건 미국 쇠고기 안전 ‘인증 샷(shot)’이다. 요 며칠 새 검역 중단을 요구하는 사회의 목소리는 크게 줄고 있다. 이번에 한국인은 세계를 상대로 체면을 세웠다. ‘과학에 따라 행동하는 국민’이라는 걸 보여준 것이다. 4년 전 한국은 괴담과 선동에 휩쓸렸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이성과 과학의 놀라운 승리다.



 이런 변화의 일등공신은 서규용 농림수산부 장관이다. 지난 4월 25일 새벽 그는 주미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목장에서 광우병 소가 나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왔다. 농림수산부에서도 일부 간부는 검역 중단 쪽이었다. 그러나 장관은 검역 강화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발병의 형태, 미국 쇠고기의 안전 그리고 한·미 무역마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광우병 투쟁단체와 야당은 아예 수입 중단을 주장했다. 박근혜의 여당은 검역 중단을 촉구했다. 검역 중단은 사실상 수입 중단이다. 대통령과 장관은 흔들리지 않았다. 장관은 국회에서도 소신을 수호했다. 여야는 몰아붙였지만 장관은 국제기준 등을 설명하며 맞섰다. 장관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데 왜 그 짓(검역 중단)을 하느냐”고도 했다. 표현은 거칠었지만 논리는 100% 맞았다. 국회는 결국 물러섰다. 상임위는 검역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정작 본회의는 이를 유보한 것이다.



 서규용의 소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초순 소 값이 폭락했다. 축산농민들은 정부 수매를 요구하며 소를 끌고 서울로 올라오려 했다. 서 장관은 “자리를 걸고 부당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당시는 구제역 방역기간이었는데 그는 “만약 소떼 이동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 농가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정부 수매도, 소떼 상경시위도 없었다.



 1988년 서규용은 채소과장이었다. 풍작으로 고추 값이 폭락했다. 농민들은 과천청사로 몰려가 정부 수매를 외치며 시위했다. 농민들의 거친 손길에 서 과장은 와이셔츠가 다 찢어졌다. 밤에 집에 들어가자 아내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당시 장관은 자신의 출신 지역인 특정 도(道)의 수매물량을 좀 더 늘리라고 요구했다. 서 과장은 끝까지 버텼다고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야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을 과감히 경고하고 있다. 그는 여야 공약대로 하려면 다음 대통령 5년간 도대체 얼마가 필요한지 뽑아냈다. 결과는 민주당 165조원, 새누리당 75조원이었다. 많은 국민이 깜짝 놀랐다. 박 장관은 과학이란 칼로 정치의 허풍을 발라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에서 그를 ‘정직한 한국인’이라고 평가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 정권에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原點)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엔 ‘평양 창문’을 때릴 수 있는 한국산 크루즈 미사일을 공개했다. 김정은 정권에 ‘창문’은 가장 공포스러운 단어가 되고 있다.



 이상득·최시중·박영준은 이명박 정권의 낙동강 전선을 허물고 있다. 그 무너지는 전선을 특공 3인조가 지켜내고 있다. 서규용·박재완·김관진이다. 흔히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특공 3인조는 아니다. MB 말년에 장관 복이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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