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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불통이 불신 낳는 FTA 협상

중앙일보 2012.05.07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한애란
경제부문 기자
“나라를 말아먹을 작정인가?” “또 무슨 사기를 칠지 걱정된다.” “한·미 FTA로 나라 판 것도 모자라 한·중 FTA로 쐐기를 박는구나.”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지난 2일. 혹시나 해서 트위터 여론을 살펴봤는데 ‘역시나’였다. 날 선 비판의 글이 상당수였다. 동시에 “한·중 FTA는 다음 정권에서 논의하는 게 정답”이란 논리가 호응을 얻고 있었다.



 사실 한·중 FTA 논의를 처음 시작한 건 참여정부다. 2005년부터 양국은 민간공동연구를 시작했다. 한·중 FTA는 전 정부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현 정부에서 협상을 개시한 뒤, 협상 종결은 다음 정부에서나 될 만한 큰 프로젝트다. 그런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은 ‘뜬금없이 웬 한·중 FTA냐’며 마뜩잖아 하는 분위기다.



 양국은 한·중 FTA 협상을 단계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보호할 민감 품목을 1단계에서 정한 뒤에야 2단계 협상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통상교섭본부가 “민감한 품목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자평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문가와 언론의 관심사인 듯하다. 여전히 SNS 세계에서는 정부가 협상을 제대로 하겠느냐, 퍼주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불신이 팽배하다.



 한 통상당국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왜 대국과의 협상에선 우리가 무조건 질 거라고 생각하나. 그것도 편견 아닌가.” 국익을 위해 일한다고 인정받기는커녕 비난만 받는 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우린 열심히 하는데 왜 알아주지 않느냐’며 신세 한탄만 할 일이 아니다. 한·미 FTA 협상과 추가협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되풀이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때의 경험을 돌이켜 본다면 이번 한·중 FTA 협상이 어떠해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최소한 졸속 협상, 밀실 협상이란 비판은 더 이상 나올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단 통상교섭본부가 “이번 정권에서 끝내려고 협상을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건 긍정적이다. 여기에 더해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 국민의 알권리 충족도 필수가 아닐까 싶다. 불통이 불신을 낳는 FTA 협상은 이제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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