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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기업들 ‘BYOD’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

중앙일보 2012.05.07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김홍선
안랩 대표이사
지난해 미국 출장 중에 겪은 일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기상 악화로 인해 전반적인 비행 일정이 지연됐다. 급기야 다음 도시에서 연결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될 지경이 됐다. 카운터에 가서 물어보려고 했으나 줄이 워낙 길어서 차례가 오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물어봤지만 담당자에게서는 시원스러운 답변을 듣지 못했다.



 마침 어느 미국인이 아이패드로 비행 스케줄을 보고 있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항공사 앱(App)을 통해 도착 예정 시간, 다음 연결편의 바뀐 시각과 탑승하는 게이트 등을 즉석에서 보여줬다. 카운터의 담당자보다도 훨씬 빠르고 스마트한 답변이었다.



 우리 생활에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런 기기들이 나오기 전에 인터넷은 편리한 반면 공간적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 기술은 인터넷이 되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어준다.



 미국 뉴욕 월가의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인 메리 미커는 인터넷 시대의 기술 변화를 정확하게 짚어내 ‘인터넷의 여왕’이라 불렸다. 그는 실리콘 밸리로 옮기기 직전인 2010년도 보고서에서 ‘5년 내에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수가 유선 인터넷 사용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통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사생결단하듯 치열한 전쟁을 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바야흐로 모바일 인터넷-포스트 PC 시대가 도래했다. 앞으로 수많은 기기들이 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에 접속될 것이다. 그런 기기로부터 생성되는 엄청난 정보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처리되고, 그로 인한 트래픽으로 네트워크 수요는 급증할 것이다. 이로 인해 업무와 일상 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가 해온 주된 역할은 업무 처리였다. 물론 개인이 게임이나 쇼핑을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에서 문서 작업이나 정보의 저장과 검색, 교환과 처리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음성 통신 수단인 휴대전화와 여가를 즐기는 TV는 소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렇게 업무와 개인 용도로 각기 사용되던 정보 기기들이 디지털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융합되고 있다. 그런 기기가 보편화함에 따라 우리 삶의 방식은 새로운 변화에 따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테면 과도한 IT 기기 사용으로 인한 역기능이다. 인터넷은 포괄적인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반면 그렇게 얻은 정보는 단편적 지식의 나열에 그쳐 깊이가 떨어질 수 있다. 인터넷 사용 중에 다른 길로 빠지는 등 집중력에 방해를 받기도 쉽다. 문서나 전자책을 끝까지 통독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단절감과 산만함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영 측면에서는 생각할 문제가 더 많다. 가정에서도 업무를 병행하는 스마트 워크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직장과 가정이 융합된 형태는 산업화 사회에서 진정한 정보화 사회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직장과 가정 생활이 출퇴근 시간과 물리적 이동, 즉 시간·공간적 구분에 의해 엄격하게 격리된 산업 시대의 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근태에 의존하는 관리 시스템으로는 업무 중심의 기업 경영을 할 수 없다.



 실제로 기업은 직원들이 모바일 기기를 가져와서 업무를 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업무 특성이나 보안의 요구 수준에 따라 기업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무조건 금지하기에는 효율성과 실용성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소셜네트워크까지 도입하는 상황이니 사업 인프라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정보 보안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급증하면서 이를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의 악성코드가 급증하는 것은 이미 모바일이 범죄의 목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기기 분실로 인한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포스트 PC 시대는 새로운 사업 기회와 함께 많은 숙제를 던졌다. 기업에는 새로운 정책과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업무 방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좌절하거나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 스스로의 정보화 모델로 모바일과 융합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다.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 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김홍선 안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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