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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 10년간 1.5조 부었는데, 매출은 뒷걸음

중앙일보 2012.05.07 00:00 경제 7면 지면보기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정부는 전통시장 지원을 위해 1조5711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부었다. 오래되고 낙후된 전통시장 시설 개·보수와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위한 시설 현대화 사업에 1조3513억원을, 상인 교육이나 특성화 시장 육성 등 경영혁신 지원사업에 2198억원이 투입됐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그러나 전통시장 매출액과 시장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통시장은 2006년 1610개에서 2011년 1517개로 줄었고, 매출도 2006년 29조8000억원에서 2010년 24조원으로 위축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매년 2000억원 안팎의 예산을 전통시장 살리기에 투입했는데 왜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전통시장 육성사업 평가’ 보고서에서 “정부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시설사업 중심의 전통시장 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통시장이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측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상인의 자발적인 시장 발전 노력이 확인된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정부 정책이 소비자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청의 ‘2010년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 성과 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은 전통시장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전년 대비 쇼핑금액이 늘어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시설이 좋아져서’는 응답자의 4%에 불과했다. 63.7%는 그저 ‘제품 가격이 비싸져서’라고 응답했다. 물가상승 등 외부요인에 의한 매출 증가가 훨씬 크다는 얘기다. 전통시장 이용고객 중 ‘전통시장 이용을 추천할 의향이 없는 이유’ 조사에선 ‘주차장이 불편해서’와 ‘시설이 낡아서’로 응답한 비율이 각각 5.3%뿐이었다. 반면 ‘상품이 다양하지 않아서’가 47.4%, ‘가격이 비싸서’가 11.8%였다. 정부는 시설 현대화에 예산을 몰아주고 있지만 정작 시장 경영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의 범위가 명확히 설정돼 있지 않아 특정 시장을 반복 지원하는 사례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남 거창시장은 2003~2011년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9건의 지원을 받았고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은 2004년 하수도 공사, 2005년 아케이드 설치, 2011년 LED조명과 택배서비스 구축공사 등 같은 기간에 15건의 지원을 받았다.



 보고서는 전통시장 상인의 자구 노력을 제대로 반영해서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봤다. 일방적인 지원은 전통시장의 자생적인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설 현대화 사업의 지원 대상 중 전기·가스·소방시설 등 민간의 부담이 면제되는 기본 시설이 전체의 70.2%인 320건이었다. 반면 민간이 10% 이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시설은 단지 9건(2%)에 불과했다.



 전통시장에 정부 예산만 투입되고 있는 게 아니다. 2010년부터 각종 조세특례 제도를 통한 조세 감면을 해주고 있고,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규제정책으로 간접 지원도 해주고 있다. 보고서는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 일시적인 보조에 머물고, 전통시장의 자생능력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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