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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13억 시장 선점 … 한국 승부수

중앙일보 2012.05.03 01:45 종합 8면 지면보기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공동 연구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공식협상을 시작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금융 중심지인 푸둥(浦東) 지구의 야경. [중앙포토]<사진크게보기>




한국과 중국이 2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두 나라가 한·중 FTA 민간 공동연구를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협상 개시는 양국 모두에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중 양국은 FTA를 언제까지 체결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천 상무부장은 “개인적으로 2년 내에 (FTA 체결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세계 3대 경제권(미국·중국·EU)과 모두 FTA를 맺은 유일한 아시아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도 201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66.7%를 차지하게 돼 세계 2위로 올라선다.



 ‘FTA 허브’ 전략도 힘을 받게 된다. 한·중 FTA는 한·EU, 한·미 FTA와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한·일 FTA 협상도 자극할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선진국 기업을 한국으로 끌어오거나 미국·EU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이를 모두 따졌을 때 한·중 FTA 발효 시 실질 GDP가 10년 뒤엔 2.28~3.04%까지 늘어난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전망이다. 고용 효과도 24만~33만 명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이런 ‘FTA 허브’ 전략의 뿌리는 노무현 정권이다.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를 지렛대로 한·중, 나아가 남북 FTA를 체결하자”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중 FTA 체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연구원 오동윤 책임연구원은 “우리 경제 전체엔 플러스지만 일부 산업에선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수입처를 중국으로 돌린다면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농수산업의 반발 강도는 어느 FTA 때보다 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시 농수산 수입액은 108억 달러 늘고, 농업 생산액은 14.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산업은 더 강경하다. 수협 수산연구원 김현용 연구실장은 “중국은 어장이 사실상 같고, 통영이나 중국 산둥성이나 유통시간이 차이가 없다”며 “한·중 FTA가 체결되면 수산업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며 반대했다.



 양국 정부가 2단계로 나눠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건 이런 우려 때문이다. 두 나라는 우선 1단계 협상에서 보호해야 할 ‘민감품목군’을 정한 뒤에야 2단계 협상으로 넘어간다. 기존에 맺었던 FTA엔 없던 협상 방식이다. 민감품목군 중 ‘초민감품목’은 아예 협정에서 제외한다. 쌀은 여기에 포함된다. ‘일반민감품목’은 관세를 10년 이상에 걸쳐 폐지하거나 부분적으로만 감축할 계획이다. 어떤 품목을, 얼마나 민감품목에 넣을지는 이달 중 시작될 1단계 협상에서 결정한다. 박태호 본부장은 “농수산물만이 아니라 일부 취약한 공산품과 서비스 쪽도 민감품목이 될 것”이라 고 말했다.



 이날 양국 정부는 지정된 역외가공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에도 FTA 특혜관세를 적용키로 합의했다. 최석영 FTA교섭대표는 “개성공단을 비롯한 북한에 있는 역외가공지역을 의미한다”며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FTA 논의는 지난 1월 9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속도가 붙었다.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경제 기조를 바꾸면서 그간 소극적이던 한국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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