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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업인의 쓴소리

중앙일보 2012.05.03 00:05 종합 33면 지면보기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장관님, 저는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책이기는 한데, 제출하라는 서류가 너무 많고 작성하기도 어려워서 힘이 듭니다. 어떻게 좀 해결해 주실 수 없나요?”



 지난 1월 말,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지역발전위원회에서 한 기업인이 내게 던진 질문이다.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직접 작성해 보고, 필요하면 개선하겠습니다.”



 우리 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이란 쾌거를 이루었다. 경제 규모를 더 키우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역 2조 달러란 높은 산에 올라야 한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에서 50등 하던 학생이 10등을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만 하면 된다. 하지만 10등 하는 학생이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열심, 그 이상이 필요하다. 무역 2조 달러 달성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많은 기업이, 더 훌륭한 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육성하고, 지방 기업을 키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가 그 사장님이 언급한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이다. 전국을 충청권·호남권·동남권·대경권·강원권·제주권으로 크게 나눠 지역 경계를 허물고 핵심 중소·중견 기업을 키우는 사업이다. 과거에는 작은 지역 단위로 육성정책을 펴왔으나,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MB 정부 들어 광역권 단위 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어 추진해 오고 있다. 이미 프랑스·일본 등 선진국들은 ‘지역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광역권 단위로 지역산업을 활발히 육성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광역경제권인 지역국가(region state)가 글로벌 경쟁에 적합한 공간 단위라고 말하고 있으며,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도 인접 시·도 간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경제 성장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시·도 간 경쟁이 아닌, 광역 단위 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기업이 국가 경제 발전과 무역 확대에 더욱 기여하도록 하고자 한다.



 앞서 말한 기업인의 질문을 받은 후 바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떠나기 전 담당 과장에게 필요한 서류를 직접 작성해 볼 수 있도록 준비해 놓으라고 전했다. 그러나 돌아와 보니 내가 작성해 볼 기회도 주지 않고 먼저 체험해 본 담당 과장이 문제점을 정리해 보고했다. 그 기업인의 지적은 옳았다.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은 연구개발(R&D) 사업이므로 기본적으로 제출 서류가 많고 내용도 매우 전문적이다. 그러다 보니 좋은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의욕이 앞서 필요할 것 같은 모든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으니, 기업은 방대한 양의 서류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선정이 된 기업만 나중에 제출하면 되는 서류였다. 담당 과장은 사업 집행기관과 협의해 올해부터 신청 서류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지식경제부 직원은 물론 사업 집행기관의 직원들도 절차 간소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눈으로만, 머리로만 노력을 해왔기에 그러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식경제부 직원들은 ‘정책 새봄 운동’을 조용히, 그리고 자발적으로 펴 가고 있다. 각 과별로,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책을 체험하고 기업인의 시각에서 고쳐나가자는 운동이다.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의 제출 서류 때문에 깜짝 놀란 R&D 부서는 R&D 전 부문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이런 계기에 ‘정책 새봄 운동’이 치열하게 추진이 된다면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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