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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시골 학교 “아이들이 늘었어요”

중앙일보 2012.05.01 03:30 1면 지면보기
폐교 위기에 놓인 천안 지역 한 시골학교가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기 비결은 특색있는 방과후학교 때문이다. 학부모는 물론 인근 군부대 장병들의 재능기부와 동창회의 남다른 학교사랑이 ‘돌아오는 농촌학교’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인원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대다수 시골학교와는 달리 학급 수도 늘고 성적도 향상되는 등 학생·학부모·교직원이 모두 만족한 학교로 거듭났다.


천안 성환읍 도하초등학교에서 무슨 일이 …

강태우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지난해 천안 지역에는 폐교 중점 추진학교(2011년 7월 기준, 50명 미만)가 도하초를 포함해 5개교였다. 올해 4개 학교 모두 학생수가 줄어든 반면 도하초만 유일하게 늘었다. 군 장병이 아이들에게 방과후수업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에는 모두 6개 초등학교가 있다. 이중 도하초등학교는 최북단에 위치한(경기도 경계) 작은 시골학교다. 5년 전부터 이 학교에 위기가 닥쳤다. 74명(2007년 4월 1일 기준)이던 학생수가 매년 줄어든 것이다. 인근의 경기도 평택 지역 초등학교들이 다양한 방과후활동에 통학버스(경기도 지원)까지 운영하자 학부모들이 교육여건이 좋은 경기도로 전출을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2007년 74명, 2008년 70명, 2009년 62명, 2010년 53명. 급기야 지난해에는 폐교 중점 추진학교 대상 기준인 50명까지 떨어졌다.



 학교·학부모·동창회에서는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지역 특성상 생계형 맞벌이 가정이 대다수인 점을 감안해 특색있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자녀를 돌봐 줄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가정을 비롯해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모든 구성원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저녁까지 책임지는 ‘부모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여기에 학력향상중점학교(창의경영학교)로 선정된 이후 학교에 변화가 생겼다.



 방과후학교로 운영되는 기초·기본학습 강화교육, 집중영어체험학습(원어민 강사 교육)을 비롯해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스포츠댄스·하모니카·사물놀이·축구·미술·컴퓨터·태권도 등)을 마련했다. 여기에 전교생이 온종일 돌봄교실에 참여해 독서·영어·창의성교육을 받으면서 도시학교 부럽지 않은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나왔던 이전과는 달리 2010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초학력에 미달된 학생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한 단계 발전해 기초학력 수준에 있던 학생이 11명에서 4명으로 크게 줄었다. 상당수 학생이 보통이상 수준으로 학력이 향상된 것이다.



 방과후학교 운영이 큰 성과를 거둔 데에는 무엇보다 인근 군부대와 학부모들의 재능기부가 큰 역할을 했다. 사회·문화·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공교육의 또 다른 한 축인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한 강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군부대(제3탄약창)가 2010년부터 유명대에 재학중인 장병을 강사로 선발해 보내기 시작했다.



컴퓨터·미술·태권도·영어·스포츠(축구) 분야에 모두 9명을 투입, 평일엔 방과후학교를, 주말엔 토요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아이들의 특기적성 계발에 큰 도움을 줬다. 이와 함께 방과후학교 강사로 활동하던 한지희(40)씨를 비롯해 3명의 학부모들이 다양한 분야(예쁜글쓰기·독서·북아트·퀼트·컴퓨터)에서의 재능기부로 학교를 도왔다.



 동창회에서도 팔을 걷어 붙였다. 기간제 보조교사 채용 수당(500만원)을 지원했고 학생들의 제주도 현장체험학습에 소요되는 경비(440만원, 1인당 10만원)도 지원하는 한편 매달 학교발전협의회를 열어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등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동문회가 십시일반 지원금을 모아 25인승 버스를 구입, 학생들의 통학을 돕고 있다. 게다가 올 초 신입생과 병설유치원에 들어온 원아 등 28명 전원에게 입학 축하금을 지급하는 등 장학금 55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학교와 동창회, 학부모들의 노력에 힘입어 매년 줄기만 하던 학생 수가 올해엔 5명이 늘어난 55명이 됐다. 천안교육지원청은 올해 폐교 중점 추진학교 대상에 도하초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서울에서 이사온 문경숙(37)씨는 “도하초의 체험위주 학습과 군부대와 학부모들의 재능기부, 교직원들의 교육 열의, 동창회의 관심이 높다는 소문을 듣고 인원 수가 많은 학교 보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있는 이곳이 좋겠다고 생각해 아이를 보내게 됐다”며 “기대 이상으로 아이의 수업 참여도와 집중도가 높아진 데다 성적도 향상됐고 성격도 밝아지고 사교육에 들어갈 돈도 절약되는 1석 4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최병석 교장은 “시골에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건 전국적인 추세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무엇이 우선적으로 필요한지 귀 기울여 노력한 결과 학부모들에겐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학생들은 즐겁게 교육을 받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교육여건이 마련되는 등 모든 교육가족이 만족하고 행복해 하고 있다”며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학부모와 군부대 그리고 동창회의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하초는 사교육 없는 학교(관내 학원 전무), 돌봄이 해결된 학교(오후 7시까지 21명 참여), 수익자부담이 없는 학교(방과후와 현장학습 등), 성적향상(기초학력 미달 학생 전무,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 지정 해제)을 계기로 올해 농산어촌전원학교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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