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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남아 싸우겠다" 천광청 망명 거부…G2 패닉

중앙일보 2012.05.01 01:52 종합 1면 지면보기



드라마 같은 탈출 뒤 “중국 남아 인권 투쟁” … 양국, 전략대화 전 해결 조율 중

선글라스를 쓴 홍콩 주민들이 30일 현지 중국연락사무소 앞에서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을 비롯한 반체제 인사들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천씨는 중국 공안의 감시망을 뚫고 주중 미국 대사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천광청과 가족 박해’라고 쓰인 피켓 안의 사진은 천씨(오른쪽)와 부인 위안웨이징과 딸 천커쓰. [홍콩 로이터=뉴시스]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모처. 사흘 전 가택연금 중이던 산둥(山東)성의 자택을 빠져나온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1)은 그의 탈출을 도운 인권운동가 후자(胡佳·39)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으로의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지 않겠다. 대신 조국에 남아 계속 싸우겠다.” (워싱턴 포스트 지난달 28일자). 그는 그 다음날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4일 베이징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준비하던 양국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단순 망명 요청이라 해도 일대 두통거리인 마당에 천씨의 ‘현지 인권 투쟁’ 입장이 G2(미·중)를 미궁 속으로 몰아넣었다.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참석하는 양국 전략경제대화도 이 문제에 묻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이란 핵문제, 위안화 절상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양국의 외교 협상은 국내 정치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다. 미국은 11월의 대선을 앞두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선 인권 문제에서 타협하기 어렵다. 공화당의 공세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천씨와 가족의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외교 수장인 클린턴 장관도 운신의 폭이 좁다. 클린턴은 지난해 천씨의 가택연금을 공개 문제 삼았었다. 천씨가 베이징에 안착했을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마이클 포스너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는 중국의 가택연금을 언급했다. 지난 2월 초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重慶)시 부시장의 미국 영사관 진입 사건 때 그의 신병이 중국으로 넘어간 데 대한 비판도 적잖다.



 중국은 10월께 10년 만에 지도부를 교체한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실각 이후 권력 암투설이 돌고 있다. 강경파의 득세 가능성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보 전 서기를 편들었다가 실각설이 돈 공안 담당 저우융캉(周永康) 정법위원회 서기가 현 지도부의 친서방 정책에 반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존슨 전 미 중앙정보국 중국분석가는 “아마도 1989년 (천안문 사태) 이래 양국 관계의 최대 시험대”라고 말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예정보다 닷새 빠른 지난달 29일 방중한 이유다. 중국 지도부도 일요일인 지난달 29일 긴급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클린턴 장관을 맞아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뉴욕 타임스 30일자).



 중국은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천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부(우리의 행정안전부 해당)·외교부·공안부와 가족계획을 맡는 국가계획생육위원회의 4개 부처 대책반 관계자를 파견해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국가계획생육위를 앞세워 천씨에게 불법낙태에 대한 단속 강화 등을 보장하며, 자택 복귀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천씨는 2006년 산둥 지역 불법낙태 실태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4년 넘게 옥살이를 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미·중 양국이 클린턴 장관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에 천씨 문제 해결을 조율 중이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의 대표 밥 후의 말을 인용해 “중국 최고지도부가 아주 이른 시일 내에, 아마도 향후 24~48시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천씨의 소재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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