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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청 탈출, 목숨 건 동지 5인의 3개월 비밀작전

중앙일보 2012.05.01 01:37 종합 3면 지면보기
강철 같은 의지와 헌신적인 동지들, 석 달간의 치밀한 기획과 어두운 밤. 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1)이 공안의 감시망을 뚫고 지난달 22일 탈출에 성공한 비결이다.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산둥성 ~ 베이징 570? 탈출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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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 그를 돕기 위해 비밀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인권운동가 후자(胡佳·39)와 그의 부인 쩡진옌(曾金燕)이 총괄 진행과 연락을 맡고, 여성 인권운동가 허페이룽(何培蓉·40)이 베이징 이동 지원, 그리고 반체제 학자인 궈위산(郭玉閃)과 익명의 지원자가 은신처 제공 등의 역할을 맡았다.



 탈출 전날인 지난달 21일. 천은 그에게 동정심을 보여온 공안원에게 부탁해 전파 차단 장비를 잠시 끄게 한 뒤 휴대전화로 외부와 통화해 탈출 시간과 방법을 최종 조율했다. 그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몇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지내며 탈출 의지가 없는 것처럼 가장했다. 건강은 혈변이 나올 정도로 좋지 않았다.



 천은 산둥(山東)성 린이(臨沂)시 이난(沂南)현 둥스구(東師古)촌의 집에서 19개월간 공안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왔다. 집 주위에는 시멘트벽이 쳐졌다. 여러 대의 감시 폐쇄회로TV와 전파 차단 장비가 설치됐다. 집 바깥엔 감시요원 75명, 경찰차량 2대, 경찰견 3마리가 배치됐다. 그는 인터넷도, 전화도 이용할 수 없었다. 다만 지난해 7월 감시카메라가 벼락을 맞아 고장 난 틈을 이용해 책상 안쪽에 숨기고 있던 낡은 휴대전화로 지원자에게 전화를 건 적은 있다.



 ◆결행=D데이인 지난달 22일 밤. 천은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담을 넘었다. 천의 탈출을 돕기 위해 그의 아내 위안웨이징(袁偉靜)은 일부러 대문 앞에 서성대며 공안에게 말을 걸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부인 위안은 이전부터 공안으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한 후유증으로 탈출을 단념했다.



 시각장애인인 천에게 어두운 밤은 유리했다. 머릿속에 지리를 담아두면 낮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마침내 담장을 넘은 뒤 골목길을 거쳐 마을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들판을 달리고 개울과 강을 건넜다. 200번 넘게 넘어지면서 감시망을 수차례 뚫었다. 검문을 당할 위험이 있는 다리는 일부러 피했다. 20시간여 만에 난징의 여성 인권운동가 허페이룽을 접선 장소에서 만났다.



 천은 허씨의 차를 타고 23일 570여㎞를 달려 베이징으로 들어갔다. 베이징에 도착한 그는 궈위산의 도움으로 사흘 동안 숨어 지내다 26일 오후 미국 대사관에 진입했다. 대사관에 어떻게 진입했을까. 비자 신청 줄에 서서 들어갔거나, 대사 사저나 미국 외교관 아파트로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경비가 삼엄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천이 미국 대사관으로 진입할 무렵 그의 자택 주변 감시자들은 뒤늦게 탈출 사실을 알아차렸다.



 ◆성공과 희생=천을 도운 후자는 27일 천으로부터 미국 대사관 진입에 성공할 경우 보내기로 한 암호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후자는 탈출한 천과 베이징 시내에서 1시간10분 동안 이야기했다. 7년반 만의 재회였다. 두 사람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감격에 겨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후는 “탈출 성공의 70%는 천 자신의 신념과 노력, 30%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지원자들의 협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발칵 뒤집힌 중국 공안당국은 허페이룽·궈위산·후자 등 천의 탈출을 도운 이들을 연행해 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후자는 28일 치안당국에 연행됐다 하루 만에 풀려났다. 중국 공안은 그에게 천이 게리 로크 주중 미국 대사를 언제 만났는지 등을 추궁했다고 한다. 허페이룽은 27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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