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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빚 1년 새 61조↑ 나랏빚보다 많은 463조

중앙일보 2012.05.01 01:13 종합 10면 지면보기
이명박 정부가 애쓰는 것 중 하나가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노력이다. 2013년 균형재정 회복을 위해 정부는 허리띠를 확 졸라맸다. 국가 채무도 2015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의 30% 아래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를 위해 정부가 애쓰는 것 자체는 평가받을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균형재정에 일로매진하면서 일부 생채기를 남겼다. 공기업 살림살이가 부실해진 것이다.



 공공기관의 빚이 지난 한 해 60조원 넘게 늘면서 국가채무보다 많아졌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을 포함한 286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46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401조6000억원)보다 61조9000억원(15.4%) 늘었다. 이는 지난해 국가채무(420조7000억원·지방정부 포함)보다 42조8000억원 많은 수치다. 자산도 함께 늘었다지만 자산 증가 속도(8.4%)보다 부채 증가(15.4%)가 더 빨랐다.



 빚이 늘어났지만 공공기관 평균 연봉은 지난해 6000만원대로 올라섰다.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보수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6000만원 수준이다. 2009년 5700만원, 2010년 5800만원에 이어 처음으로 6000만원대로 높아졌다. 기관별로는 공기업 7100만원, 준정부기관 6100만원, 기타 공공기관 5800만원 순이었다.



 공기업 부채가 늘어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부채가 13조3000억원이나 늘어난 예금보험공사는 부실 저축은행 지원을 위해 차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부채가 10조4000억원 늘어난 한전이나 5조7000억원 늘어난 가스공사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누른 데다 국내 송배전망 투자나 해외자원 개발 같은 중장기 투자가 많았다. 특히 한전은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다 보니 3조3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이게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보금자리사업과 세종시 건설에 동원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부채 9조원 증가), 4대 강 사업의 동반자였던 수자원공사(4조5000억원 증가), 학자금 대출에 나섰던 장학재단(2조9000억원 증가)은 정부의 손발 노릇을 하다 빚이 늘었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기업 부채 중 차입금이 315조5000억원이며 이 중 80% 이상이 1년 이상 장기 차입금이라서 유동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말했다.



 4월 초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리면서 꼬리표를 달았다. 바로 공기업 부채다. 아예 앞으로는 국가신용등급과 공기업 신용등급을 따로 평가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부채 증가가 공기업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국장은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공기업 대부분은 이미 증시에 상장돼 있어 지난해 실적을 이미 공시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정부가 예산으로 할 일과 공기업이 할 일을 뚜렷이 구분해 공기업에 정책 부담이 과도하게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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