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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원하던 국가들, 경험 전수하는 한국식 극찬”

중앙일보 2012.05.01 01:07 종합 14면 지면보기
차량 수리 기술을 전수 중인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의 모습. [사진 김도훈 기자, 코이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시킨 세계 유일의 나라’. 박대원(65)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이사장에게선 한국형 원조 모델 ‘친구야(chinguya)’에 대한 자부심이 빛났다. 그는 “공적원조(ODA)는 미래의 전략적 파트너를 키우는 과정”이라며 “우리 경제력과 국격을 감안해 원조액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구야’ 5개국 현장 취재를 끝내고 박 이사장과 그룹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형 해외 원조 현장을 가다 ④·끝
우정의 ‘국격 경쟁’에서 선두 되려면





“유럽 선진국들은 빈국들에게 ‘우리가 산업화하는 데 150년 걸렸으니, 당신들도 부자 되려면 100년은 걸린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돈을 주지만 그게 수혜국에 제대로 쓰이지도 않지요. 한국은 다릅니다. 50년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 개발 노하우와 인프라, 인력을 지원해 주는 맞춤형 ODA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이죠.”



한국국제협력단 박대원 이사장은 ?코이카의 해외 원조는 한국의 발전 노하우 전수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도훈 기자, 코이카]
  외시 8회인 박 이사장은 알제리 대사, 토론토 총영사, 서울올림픽조직위 국제차장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코이카 이사장을 맡고 있다.



- 구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ODA는 현지 맞춤형 성격이 강한데.



 “코이카의 ODA는 ‘한국의 개발 노하우 전수’가 핵심이다. 다른 선진국들이 한두 가지 명목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발전 정신(소프트웨어)을 전파하면서 마을회관을 건립한다(하드웨어). 영농법 개선에 더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해주는 것이다. 원조 초기에는 수혜국 고위 당국자들이 난색을 표했다. 선진국의 지원은 현금이라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있는데, 한국의 지원은 대개 현물로 오니 남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농가 수입이 두 배가 넘고 주민들이 극찬을 하니, 관료들도 나중엔 코이카 방식을 좋아하게 되더라. 이 덕분에 미국국제개발처(USAID), 독일기술협력공사(GTZ) 등 선진국의 ODA 기관들과 활발한 협력을 하고 있다. USAID와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보건의료 개선사업을 함께한다. GTZ와는 동남아·아프리카 지원을 함께한다. 한국의 원조 노하우가 세계적인 기관들에 인정받은 것이다.”



 - 한국의 노하우를 전파한 사례를 든다면.



 “농업 분야는 셀 수도 없다. 캄보디아 밧데이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좋지만 그동안 기술이 없고 물을 모아두지 못해 연 1모작만 했다. 하지만 코이카에서 수문을 지어주고, 봉사단원들이 농법을 알려주면서 3모작이 가능해졌다. 농민 소득은 3배 이상 늘어났다. 페루에선 농민들이 농한기 수익 사업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판다. 개당 1달러짜리 싸구려다. 하지만 한국에서 도자기 공장을 세워주고, 고려청자 기법이 가미된 도자기 제조 기술을 전파한 이후 이 지역 도자기가 10달러 넘는 가격에 팔린다. 정보기술(IT)은 말할 것도 없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네팔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전기가 꺼지지 않는 건물이 바로 한국이 지어준 정부통합데이터센터(GIDC)다. 주민등록 전산화에서 정부 기록물 보존까지 거의 모든 전산 시스템이 이곳에서 나온다. 정부 각료들의 야간 비상회의도 이곳에서 한다. 저개발국 정부 관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발전상을 보여주고, 교육을 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 해에 7000명가량의 공무원이 한국을 방문한다. ”



 - 코이카의 원조가 향후 북한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나.



 "코이카는 북한 개발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문제는 북한의 자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같은 곳에서 설정한 국제적인 원조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병원을 세운다고 하면 정말 그 병원이 아이들 등 취약계층의 의료권 보장에 도움이 되는지, 얼마나 제대로 돌아가는지 등을 담보해 줘야 한다. 원조 물품이 취약계층에 제대로 전달된다는 투명성만 보장해 준다면 원조는 어렵지 않다. ”



 인터뷰 말미에 박 이사장은 뼈 있는 제언을 했다. 해외원조에 대한 시민들의 편견을 꿰뚫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도 서민이 많은데 외국을 왜 돕느냐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의 복구를 도왔던 나라들은 모두 잘 살아서 도왔을까요. 1970년대 한국에 직업훈련원을 세웠던 미국·독일·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국내에 빈민이 없었을까요. 그 나라의 원조가 오늘날 경제대국 한국의 밀알이 됐다는 점을 꼭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우리가 메콩강(베트남)과 히말라야, 비엔티안 평야(라오스)에 뿌리는 씨앗이 나중에 한국에 과실로 돌아올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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