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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남태평양 상륙작전 … 미국 앞마당에 ‘돈폭탄’ 투하

중앙일보 2012.05.01 00:59 종합 16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호주 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시아·태평양을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성장하는 시장인 이 지역에서 미국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지만, 날로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본격 견제하겠다는 포석도 함께 깔려 있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달 4일 호주 다윈에 해병대 1진 200명을 파병하는 등 아태 중시 정책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서 멀지 않은 태평양과 인도양의 군사요충지인 다윈 외곽 로버트슨 기지에 2016년까지 25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이 공개적으로 나서기 이전부터 조용히 먼저 움직인 쪽은 중국이었다. 특히 중국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남태평양의 저개발 섬나라들에 대해 수년 전부터 집중적인 투자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J)이 최근 전했다. 이미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깊숙이 진출한 중국이 미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남태평양까지 영향권에 넣고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이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 강화를 경고한 바 있다.



 남태평양은 수산 자원이 풍부하고 군사전략적인 가치도 매우 높지만 이 지역의 대부분 섬나라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외교관계를 넓히고, 장기 저리 차관과 원조를 확대하는 등 전방위로 공략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미국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2008년 이전에는 대만과의 외교전 차원에서 해외 원조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대만에 친중국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세계무대에서 자원외교나 미국과의 경쟁을 의식한 영향력 강화 전략으로 전환했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이(Lowy)연구소에 따르면 2005년 중국이 태평양 도서국가들에 제공한 차관과 무상원조액은 2320만 달러(약 262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4년 뒤인 2009년에는 25배가 넘는 6억 달러로 불어났다.



 반면 미국의 지원증가액은 미미하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에 따르면 2010년 이 지역에 대한 지원액은 2억 달러였다. 5년 전보다 3분의 1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중국의 관심이 더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은 그러나 여기에는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들어있지 않다고 강력히 부인한다.



 이들 나라 중 통가의 중국 의존도가 가장 크다. 통가의 총 외채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통가는 중국수출입은행과 중국은행에 1억1360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국가경제 규모의 4분의 1 수준이나 된다. 베이징에서 1만㎞나 떨어진 통가 수도 누쿠알로파 시내의 학교 등 여러 건물에는 ‘중국 지원’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통가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장기저리차관 등의 추가 도입을 잠정 중단하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경제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 돈줄인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통가 인구 10만 명 중 22%가 생존에 필요한 최저 소득인 빈곤선(하루 약 1.25달러)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은 아직 남태평양에 적극 개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계속 이 지역에 대한 외교·경제적 공세를 강화할 경우 가만히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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