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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대기업만 잘돼 양극화? … 동반성장 전제 틀렸다”

중앙일보 2012.05.01 00:51 종합 18면 지면보기
“우리나라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급속한 산업화로 경제 발전을 이룩했으며, 대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은 아직 미흡하다. 경제 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으로 파급되지 않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2010년 9월 29일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 자료)


20년간 수익 증가율,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못해

 이게 기업 양극화를 보는 이명박 정부의 시각이다. 2010년 이후 동반성장과 공생발전이 국정 기조로 승격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업 양극화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30일 김주훈 KDI 선임연구위원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에 관한 해석’ 보고서에서다.



 보고서는 ‘대기업만 잘되고 있어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명제가 틀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같은 기업은 쾌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글로벌 강자로 부상했는데 왜 그럴까. 김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대기업이 성과를 내긴 했지만 전체 평균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1999~2009년 제조업의 연평균 출하액 증가율은 10.3%였고 이 가운데 대기업은 10.0%, 중소기업은 10.8%였다. 지난 20년간 제조업 생산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많이 성장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부가가치를 보면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오히려 못하다. 같은 기간 연평균 제조업 부가가치가 9.2% 성장했는데 대기업은 8.7%, 중소기업은 9.8% 증가했다. 지난 2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비교적 대등한 성과를 보인 셈이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왜 중소기업 성과가 좋을까. 보고서는 “주변에서 관찰되는 중소기업의 모습과 통계로 나타나는 중소기업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개별 개체에 대한 인식을 중소기업 집단 전체의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조차도 성과가 현저히 저하됐다”며 “대기업 수익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는 잘못된 추정을 근거로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대기업의 경영여건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 성장이 더 악화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와 정치인이 ‘대기업은 무조건 잘되고 중소기업은 힘들다’는 도식화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보고서를 썼다”며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대기업을 돈 많이 버는 속죄양처럼 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형평성 차원에서 양극화 문제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외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의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결과적 형평성을 관철하려는 정치논리적 요구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시장접근 기회를 넓혀주고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 고수에서 오는 노동시장의 왜곡을 해소하며 ▶중소기업 정책을 개별 중소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중소기업 정책의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이어주는 ‘허리’인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이다. 정부가 1일 기업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 내에 중견기업국을 신설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이 정부의 각종 보호·지원에 안주해 성장을 멈추는 이른바 ‘피터팬 신드롬’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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