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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무장 中선원, 3단봉 든 단속반 우습게…

중앙일보 2012.05.01 00:40 종합 22면 지면보기
30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 북서방 50㎞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 단속에 나선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힌 중국 선원들이 목포해경 부두로 호송되고 있다. [목포=뉴시스]


흉기에 머리를 다친 서해어업관리단의 김정수씨가 목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뉴시스]
30일 오전 2시20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의 북서쪽 50㎞ 해역. 중국의 어획물운반선 조타실 앞에서 격투가 벌어졌다. 불법조업 단속에 나선 서해어업관리단 직원들과 중국 선원들이 배 위에서 충돌한 것이다. 중국 선원들은 단속요원들을 향해 낫과 갈고리를 내저으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부 선원은 주먹만 한 돌을 마구 던지고 손도끼까지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김정수(44·항해사)씨의 머리가 5㎝가량 찢어지고 화정우(32·갑판원)씨는 바다로 추락했다.

홍도바다 불법조업 단속원 4명
손도끼·낫 휘두른 선원들에 부상
따라오던 단속정이 극적 구조



 날로 흉포해지는 중국 어선들의 폭력행위에 우리 측 단속요원들이 또다시 부상을 입었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는 서해어업관리단 직원 4명에게 부상을 입히고 도주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중국 선적 227t급 절옥어운호 선장과 선원 등 9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중국 선원들은 불법으로 잡은 물고기를 싣고 가던 중 단속에 나선 서해어업관리단의 어업감독 직원(공무원) 4명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했다. 이들은 김씨 등이 단속을 위해 배에 탄 상황에서 그대로 100m가량을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단속 직원 3명이 부상을 입은 채 자칫 납치당할 뻔했다. 결국 배에 탔던 3명은 따라오던 단속정으로 급히 몸을 피했다. 바다에 빠진 갑판원 화씨는 20여 분 동안 차가운 밤바다를 표류하다 감시단정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해역은 2008년 9월 목포해경의 고(故)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진 신안군 가거도 해상에서 100㎞가량 떨어진 곳이다. 달아나던 중국 어선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목포해경 소속 3009함에 의해 오전 4시45분쯤 홍도 북서쪽 76㎞ 해상에서 붙잡혔다.



 이날 단속요원들의 부상을 계기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무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천해경의 고(故) 이청호 경사 살해사건 이후 단속함정 증척과 진압장비 및 인력확충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검복과 헬멧이 새로 지급됐을 뿐이다. 서해어업단의 경우 당초 17명의 충원이 추진됐으나 단 한 명의 증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진압장비 역시 3단봉과 가스총이 전부다. 이같이 보잘것없는 장비로 도끼 같은 살상용 흉기를 휘두르는 중국 선원을 제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서해어업관리단은 올 들어 중국의 불법조업 어선 110척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1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국회가 발의한 배타적경제수역(EEZ)법 개정안도 5월 31일 제18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이 개정안은 무허가 어업활동 선박에 대한 벌금을 최고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고, 불법 어획물과 어구 등을 반환하지 않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불법이 의심되는 선박이 도주할 경우 벌금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일 계획이었지만 폐기될 공산이 커졌다.



 서해어업관리단 권용철 어업지도과장은 “감시단정 1대에 탄 5~6명의 단속요원이 각종 흉기로 무장한 중국 선원 10여 명을 상대하다 보면 목숨을 걸어야 할 때가 많다”며 “직원 210명이 우리 국토 면적(9만9000㎢)의 배에 이르는 마라도에서 인천 백령도 해역까지 19만5000㎢를 지키려면 인력과 함정,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해어업단이 적발한 배가 어획물운반선이라는 점도 단속을 어렵게 만든다. 어획물운반선은 불법 어획물을 넘겨받는 즉시 우리 측 EEZ 바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어렵다. 안병석 목포해경 경비구난과장은 “어업관리단과 함께 불법어업을 단속하고 있지만 하루 평균 2500척에 이르는 중국 어선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신안=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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