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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산모가 아산병원에 편지 보낸 사연

중앙일보 2012.05.01 00:27 종합 24면 지면보기
베트남 출신 산모 황티투튀(오른쪽)가 서울아산병원 원혜성 교수의 도움으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남자아이를 무사히 낳았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질환을 앓는 쌍둥이를 임신했던 베트남 출신 산모가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 교수는 수술비와 출산 비용을 무료로 지원했고, 이에 산모는 서툰 한글 편지를 그에게 보냈다. 사연을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To : 원혜성 교수님
잃을 뻔한 아기 생명을 구했습니다
병원비도 받지 않고, 이 고마움을… ?
To : 황티투튀씨
수술비 없다고 포기할 수 있나요
삐뚤빼뚤한 편지에 마음 짠했어요



 ◆베트남 산모 황티투튀(26)씨가 서울아산병원 원혜성 교수에게



황티투튀가 감사의 뜻으로 원 교수에게 전한 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안녕하세요. 교수님께서 수술을 해 주신 황티투튀입니다. 지난해 말 쌍둥이 임신 소식을 들었어요. 남편이 어찌나 기뻐하던지 매일 싱글벙글하는 표정이었죠. 3살 난 첫째 딸도 별 고생 없이 낳았기에 우리 부부는 그저 하루하루 두 아이 나올 날만 기다렸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9일. 경기도 구리에 있는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정기 진료를 받는데 의사 선생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쌍태아 수혈증후군’이라고 했던가요. 쌍둥이 중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의 영양을 빼앗아 가는 병이래요.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80%는 두 아이 모두 잃는다고 하시더군요.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서울아산병원에 가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병원을 옮기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9일 그렇게 교수님을 뵙게 됐지요.



 서둘러 왔지만 수술비 170만원이 걱정이었습니다. 매일 파지를 팔아 손에 쥔 몇 만원으로 하루 먹고사는 저희로서는 버거운 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날 처음 보는 교수님이 “수술비뿐만 아니라 출산까지 책임질 테니 돈은 걱정하지 말고 당장 수술 받자”고 말씀해 주셨어요.



 10일 수술은 잘 마쳤지요. 한 아이는 잃었지만 한 생명을 구한 것도 감사했습니다. 처음 본 저희에게 큰 선물을 주신 교수님에게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열흘 뒤 다시 병원에 들렀을 때 편지를 드린 건 그런 이유였어요. 한국 생활 4년 동안 배운 한국어지만 아직 서툴러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한 아이라도 잘 낳게 해달라고 부탁 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26일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네요. 따뜻한 배려를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원혜성 교수가 황티투튀씨에게



 그날 남편과 함께 온 황티투튀씨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수술비가 없어 아이를 잃는다니요. 40분밖에 걸리지 않는 간단한 수술이었는데요. 돕는 것이 당연하지요.



 신기하게도 수술 날짜가 ‘밸런타인 데이’를 나흘 앞둔 날이었어요. 한국에서 밸런타인 데이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에요. 제가 아이에게 초콜릿 대신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지난해 10월 수술 장비를 들여온 것도 이 선물을 주기 위한 준비였나 봅니다.



 수술이 끝나고 다음 방문 때 건넨 편지를 보고 제 마음이 더 짠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였지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이 네 번이나 적혀 있네요. 편지에 "한 아이라도 잘 낳아서 잘 키우는 것이 저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하셨지요. 제 마음도 꼭 그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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