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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영애씨, 씩씩하게 살아 남아줘서 …

중앙일보 2012.05.01 00:22 종합 27면 지면보기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tvN)로 6년째 시청자를 웃기고 울리는 영애, 김현숙. 그는 “이번 시즌에서는 영애의 내면이 좀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애야. 지금까지 잘 견뎌왔어. 앞으로는 더 이상 자기비하 하지 말고, 좀 더 진취적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사랑도 중요하지만 결혼에만 집착하지 말고. 여태까지 있었던 일은 더 좋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해. 고마워, 영애야.”

‘막돼먹은 영애씨’ 배우 김현숙
시즌10까지 올 줄 몰랐죠
뚱뚱하고 평범한 여주인공
팬들 사랑이 존재감 만들어



 이제 ‘영애’라는 이름이 ‘현숙’보다 더 익숙한 배우 김현숙(34). 그가 영애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랬다.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tvN)가 시즌10 방영을 시작했다. 2007년 4월 시즌1 이후 6년째. 매 시즌 시청률 2~4%를 기록하며 30대 여성 직장인의 공감을 얻은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다. 예쁘지 않은 여주인공 영애가 직장에서 겪는 일, 연애하는 일 모두 현실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생생해 고정팬층이 두텁다. 지난달 25일 김현숙을 만났다. 영애, 그대로였다.



시즌10에 들어간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0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영애라는 인물 자체가 큰 위로를 줬던 것 같다. 일반 드라마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뚱뚱하고 평범한 여주인공, 진짜 있을 법한 일들이니까. 가끔 내 미니홈피에 ‘자살을 하려다가 영애씨를 보고 용기를 얻어서 살게 됐다’는 글을 올리는 분들이 있다. 3월에 마친 (동명의) 뮤지컬도 그랬다. 여자 주인공 하나만 내세워 티켓이 팔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흥행이 됐다. 그런 팬들의 지지가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



 -직장에서도 승진했고, 달콤한 연애도 하고 있다. ‘너무 완벽한 영애씨’인데 이번 시즌에 보여줄 점은.



 “다 빛 좋은 개살구다. (웃음) 승진을 했다고는 하지만 별명이 ‘덩팀장’(극중 영애는 살이 쪘다는 이유로 ‘덩어리’라고 놀림받는다)인 것도, 연애하면서 갈등을 겪는 것도 똑같다. 그래도 변화는 있다. 남자친구가 독립을 해서, 거의 동거를 하게 된다. 웃다 보면 슬퍼지고, 그러다 다시 웃기는 우리 드라마 특유의 매력, ‘아직은 세상이 살 만하다’는 메시지는 계속된다.”



 김현숙은 2005년 KBS 개그콘서트 ‘출산드라’ 코너로 이름을 알렸다. 우연한 기회에 코미디를 하게 됐지만, 줄곧 배우가 꿈이었다. 영애를 통해 변신에 성공했지만 늘 비슷한 캐릭터가 들어오는 건 고민이 됐다.



 -‘영애’로 굳어진 이미지가 불안하진 않나.



 “매 시즌 고민했다. 그렇지만 영애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너무 많다. 결국 나의 몫인 것 같다. 다른 게 주어져도 잘 하면 되지 않나. 영애 때문에 다른 걸 하기 두렵다면 그건 비겁한 변명이다.”



 -배우로서의 꿈이라면.



 “분량은 적어도 상관없다.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 중요한 건 캐릭터의 존재감이다. 그냥 주인공의 친구, 자기의 인생이 없는 친구 역은 너무 단순하다. 또 하나의 꿈이라면, 내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거다.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김현숙은 “주위 분들이 (영애 이미지에 대해) 더 걱정을 많이 한다”며 웃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애씨’는 뭘까.



 “비 오는 날 에피소드요. 영애가 빈대떡하고 막걸리 생각이 나서 퇴근하고 술 한 잔 할까 휴대전화를 뒤져보는데 몇 백 명 중에 불러낼 만한 사람이 없는 거야. 혼자 소주를 마시고 들어가는데 비가 그쳤죠. 그 장면에서 내레이션이 나와요. ‘우리는 비가 그쳤다고 해서 우산을 버릴 수가 없다. 내일을 살기 위해 어제를 버릴 수 없듯이.’ 그게 그렇게 기억에 남아요. 일상에서 그런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건데, 내 일상이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것 자체가 값비싸고 감사한 건데…. 그런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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