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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상한 북한의 위협

중앙일보 2012.05.01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한기범
고려대 객원교수
전 국정원 차장
우리를 향한 북한의 협박이 도를 넘고 있다. 북한은 4월 18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으로 ‘서울 타격’을 위협했다. 이어 평양시 군민(軍民)대회(4월 20일)를 열어 ‘청와대 타격’으로 위협 대상을 좁혔다. 급기야 4월 23일에는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 소조 통고’라며 3∼4분 이내 전례가 없는 특이한 수단과 방법으로 우리 정부기관·언론을 초토화하는 ‘특별행동’을 곧 개시할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이유는 우리 대통령과 언론이 유사시 미사일로 북한 ‘최고 수뇌부 집무실 타격’이 가능함을 거론했고, 농지개혁 등 북한 ‘체제 변화’ 필요성을 거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고지도자 권위훼손’을 이유로 한 북한의 대남 반발은 최근 들어 빈번해졌다. 지난해 5월 말 우리 일부 군부대에서 김(金)부자 초상화를 사격훈련 표적지로 활용한 것과, 6월 말 ‘때려잡자 김 부자’ 구호를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는 대남 ‘보복성전’을 위협했다. 지난해 12월 말 김정일 장례를 치르자마자 정부의 조문 제한 조치를 ‘대역죄’로 규정하면서 ‘복수의 불바다’를 거론했다. 다시 3월 초에는 우리 군에서 장병들에게 대적관(對敵觀) 고취를 위해 김 부자 관련 전투구호를 부착한 사실을 확인하고 ‘무자비한 성전’을 위협했다. 그리고 4월 ‘축제’ 행사를 끝내더니 다시 이번과 같은 노골적인 위협으로 이어졌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대남 위협 행태는 일정한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른바 ‘최고 존엄 모독’에 대한 반발이 잦아졌고, 위협언동이 체제 이상(異常)을 의심할 정도로 도발적이며, 대남위협이 일상화(日常化)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북한의 대남 행태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대남 압박용이다. ‘전쟁 대 평화’ 논리로 우리 내부 갈등을 다시 지펴 종국에는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4·11총선에 대해 집요한 선동공세를 펼쳤음에도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보다 강력하고 자극적인 카드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을 겪으면서 북한의 실체를 보다 명확히 알게 되었다. 북한 변수는 우리 정치지형을 흔들 만큼의 위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에서는 대남 협박카드의 ‘효과’를 과대 해석하고 있을 수 있다.



 둘째, 북한 스스로 ‘남풍(南風)’이 필요한 상황이거나, 내년 대외 관계를 고려해 ‘몸값 회복하기’ 전략을 선택한 결과일 수 있다. 4월에 경제 강국의 문패를 다는 일도, 군사강국의 축포를 쏘는 일도 허장성세(虛張聲勢)로 끝났다. 세습 권력의 취약성을 은폐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더욱 교란하고, 확대 재생산된 긴장을 내부결속에 활용할 것이다. 어차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로 체면이 구겨졌고 주변국 지도자들도 교체를 앞두고 있어 또 다른 벼랑 끝 전술로 ‘위협능력’을 보여주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대남도발을 실제로 감행하고, 추가 핵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으로 이상과 같은 합목적적 선택의 결과일 가능성보다 북한 권부(權府)의 정책결정 체계가 이상기류에 휩싸여 있다는 점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이제 막 전권을 장악한 새 지도자의 ‘배짱, 대담성’이 강조되고, 간부들은 경쟁적으로 ‘권위 훼손’의 쪼가리들을 일러바치면서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 권력층 줄서기에 탈락할세라 각 부문의 정보는 과장되어 올라가고, 그 결과 집합된 정보는 현실과 거리가 먼 정책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대남행태상의 무모성과 돌출성은 앞으로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일치된 국론 결집과 세밀한 북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기범 고려대 객원교수 전 국정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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