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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대가에게 길을 묻다 ③ 워런 버핏-2

중앙일보 2012.04.24 03:40 Week& 7면 지면보기
『머니볼』은 야구를 소재로 한 책이다. 스포츠팬의 관심을 끄는 건 당연한 듯싶다. 그런데 투자자들도 이 소설에 열광했다. 야구 선수를 뽑는 과정이 마치 주식을 고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안타·홈런보다 중요한 ‘출루율’ 지표 … 주식에서 찾는다면 ‘ROE’

 이 책은 뉴욕 양키스 같은 강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라는 약체팀이 기존에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방법을 통해 강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기존 야구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율과 타점 대신, ‘출루율’이라는 새로운 숫자에 주목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니 홈런과 안타가 화려해 보이긴 하지만 정작 안타가 됐건 포볼이 됐건 출루를 많이 하는 팀이 이기더라는 것이었다.



이런 깨달음과 다른 접근을 통해, 애슬레틱스는 적은 비용으로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바뀔 수 있었다.



 1970년대 미국의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몇몇 대형주만 오르는 니프티피프티(Nifty Fifty) 붐에 취해 있을 때, 한 투자자는 버블을 피해 주식을 모두 팔아 현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숫자를 중심에 놓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워런 버핏이고, 비밀의 숫자는 ‘ROE(자기자본이익률, Return on equity)’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그해 얼마의 순이익을 올렸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1000억원의 자기자본으로 1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면, 그 기업의 ROE는 10%가 된다. 당연히 이 수치가 높을수록 경영진이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주주들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줬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당시 투자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ROE에 주목하지 않았다. 먼저, 기업의 이익과 주가가 오르는 것은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뉴스나 테마에 따라 주가가 오른다고 봤다. 이렇게 생각하면 ROE는 의미 없는 숫자일 뿐이다. 둘째, 주가가 기업의 수익력을 따라간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으로 봤다. ROE가 높은 종목은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이익 증가폭이 가팔라진다. 단기보다는 장기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이다. 곧 ROE는 단기 투기꾼들보다는 장기 가치투자자에게 더 소중한 숫자다. 버핏은 1974년 이 관점으로 워싱턴포스트·캐피털시티즈·가이코·오길비앤매더 등을 사들였고 이후 장기 보유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심지어 이 중 두 종목은 아직도 갖고 있다).



 버핏의 ROE는 빌리 빈의 출루율처럼 겉모습의 화려함에 현혹되지 않고 본질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 데 큰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첨단 미래산업, 글로벌 기업 등에 성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 이름이 익숙지 않고 아이템이 섹시하지 않으면, 더 분석해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높은 ROE 기록에 주목하는 투자자는 이름값과 섹시함에 상관없이 그 기업의 근본 역량을 파헤치려 든다. 빌리 빈이 출루율을 통해 무명선수 중 숨은 진주를 발견해 낸 것처럼, 주식 투자자 또한 장기 성장하는 유망주식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실제로 1974년 버핏이 사들인 종목은 당시에도 성장이 정체됐다고 여겨진 신문사·보험사·광고대행사 등이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한국 증시에서 ROE가 높은 종목을 뽑아보면 화장품·기호식품·보험·수산업·출판업·윤활유·납축전지 등 그럴 것 같지 않은 전통산업에 속한 종목이 많다. 그러니 투자자들이여. 한국의 빌리 빈, 워런 버핏이 돼 편견을 버리고 숫자를 따져 숨은 유망주를 손에 쥐는 기쁨을 누려 보시길.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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