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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 30대 긁은 만취 여대생, 술 깨 보니

중앙일보 2012.04.24 01:35 종합 19면 지면보기
지난 20일 오후 10시 여대생 윤모(27)씨는 서울 반포동의 한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사 연거푸 들이켰다. 지난 13일 발표된 47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서 낙방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시험 준비를 위해 대학을 2년 반 동안 휴학했지만 계속 시험에 떨어져 실망이 컸다.



 윤씨는 맥주를 마신 뒤 택시를 타고 인근 서초동의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경기도 일산으로 이사를 가기 전 살던 곳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윤씨는 아파트 안을 걷다 주차장에 세워진 고급 승용차를 발견했다.



 윤씨는 갑자기 울컥한 마음에 아파트 화단에 깔린 자갈을 들고 자동차 문짝을 긁기 시작했다. 벤츠·아우디 등 수입 자동차와 에쿠스·제네시스 등 고급 국산 자동차가 대상이었다. 윤씨는 2시간 동안 아파트 주차장을 돌며 30여 대의 고급 승용차 차체에 자갈로 흠집을 낸 뒤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그는 술이 깬 뒤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윤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경찰에서 “경제적으로 힘들고, 시험에 연이어 떨어진 상황에서 고급 승용차를 보니 갑자기 화가 났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차량이 대부분 수입차 혹은 국산 고급차라서 수리비가 상당하지만 윤씨가 이를 감당할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같은 아파트에서 추가로 피해 신고가 들어온 10대의 차량을 감식한 결과 훼손된 흔적이 이번 사건과 흡사한 점으로 미뤄 윤씨의 추가 범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피해자들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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