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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청소하는 이스라엘 정수장

중앙일보 2012.04.24 00:55 경제 4면 지면보기
이스라엘 상수도를 공급하는 수자원공사 메코롯의 정수장 전경. 메코롯은 물고기를 풀어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개발해 이 정수장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 메코롯]
이스라엘 북부 에시콜 지역에는 이 나라 수자원공사 메코롯(Mekorot)의 정수장이 있다. 인근 갈릴리 호수에서 물을 퍼 올려 깨끗이 걸러 상수도에 공급하는 시설이다.


메코롯 수자원공사 가보니
수질 악화 플랑크톤 천적
물고기 수컷 풀어 자연 정화

 지난 19일 이곳에서 수질관리 책임자인 사미르 하투카이(사진) 박사가 팔당댐의 3배인 6억t 물을 담아 놓을 수 있는 연못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이 속에서 물고기들이 수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물을 상하게 하기 쉬운 각종 식물과 플랑크톤을 물고기들이 먹어 치우고 있다는 소리였다. 메코롯이 독자 개발한 자연정화 방법이다. 메코롯은 없애야 할 식물·플랑크톤의 천적 물고기 10여 종을 찾아내 저수용 연못에 풀었다. 하투카이 박사는 “번식을 해서 물고기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수질이 나빠질 수 있어 수컷만 넣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고기가 청소한 물은 최종 여과장치를 거쳐 가정에 공급된다. 메코롯은 물고기를 활용해 화학물질로 소독하는 과정을 대신했다. 그 덕에 메코롯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이 물에 스며드는 것을 막았다. 전체적인 물 생산비용 역시 줄었다고 한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더 깨끗한 물을, 더 싸게 만들어낸 것이다.



 메코롯은 또 수자원을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다른 나라 정수장이라면 그냥 버리는, 여과장치를 청소한 물까지 재처리해 쓴다. 갈릴리 호수에서 끌어온 물 중에 상수도로 보내지 않고 버려지는 부분이 0.1%도 안 된다는 게 메코롯 측의 얘기다. 하투카이 박사는 “워낙 물이 부족한 나라여서 한 방울이라도 아끼려다 보니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연 평균 강수량이 600~700㎜밖에 안 된다. 1300㎜ 안팎인 한국의 절반 수준인, 대표적 물 부족 국가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수자원을 아껴 쓰지만 그래도 부족한 게 이스라엘의 현실이다. 그래서 메코롯은 진작부터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기술’에 눈을 떴다. 현재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3개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연간 약 3억t의 식수를 만들어내고 있다. 2014년까지는 두 곳이 더 완공돼 연간 5억5000만t을 공급하게 된다. 이는 이스라엘 국민 전체가 1년간 마실 물의 80%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스라엘은 해수 담수화에서도 ‘그린’을 택했다. 특수한 막으로 염분을 걸러내는 ‘역삼투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투카이 박사는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음으로써 이스라엘은 현재 바닷물에서 뽑아낸 식수를 세계에서 가장 싸게 국민에게 공급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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