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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 전문지식 없어도 세계 그린기업 1위 올랐다

중앙일보 2012.04.24 00:53 경제 4면 지면보기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가 전기를 끌어다 쓰는 덴마크 북쪽 호른스 레브에 위치한 풍력 단지 모습. 덴마크 국영기업 동에너지가 세운 풍력단지로 노보 노디스크와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사진 노보 노디스크]
덴마크 코펜하겐 북쪽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 전 세계 인슐린 시장의 51%를 점유한 마켓리더다. 올해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그린기업(most sustainable corporations in the world Global 100) 1위기도 하다. 제약공정, 특히 인슐린 생산시설은 이산화탄소를 엄청나게 뿜어내는 공해산업이다. 에너지 사용량도 막대하다. 이런 에너지 집약적인 회사가 필립스(12위)와 인텔(18위), 도요타(21위)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데는 에너지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세계의 그린기업 <하>

 이달 초 노보 노디스크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의 글로벌 TBL(Triple Bottom Line) 담당 안네 가데가르드 국장은 “덴마크가 국가 생존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에 접근했듯이 노보 노디스크 역시 기업의 생존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부족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한발 앞서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노보 노디스크는 세계 일류 그린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덴마크가 세계 초일류 친환경 국가로 발돋움한 것과 같은 과정이다. 가데가르드의 명함에 찍힌 TBL은 재정·사회·환경을 뜻하는 말로 이 세 가지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 회사 방침을 잘 보여준다.



 노보 노디스크 모델은 단순하다. 전력회사와의 협업이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 2014년까지 모든 덴마크 내 생산시설을 신재생에너지로 할 것을 목표로 직접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려고 했다. 그러나 곧 문제에 부딪혔다. 전문지식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다는 게 비합리적이라 판단했다. 2007년 덴마크 국영 전력회사인 동에너지와 파트너십 계약을 했다. 마침 동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2020년까지 세 배 늘리기 위해 장기 투자자를 찾았고, 노보 노디스크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많았기에 둘의 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유지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을 노보 노디스크가 대고 동에너지는 여기서 생산하는 전력을 노보 노디스크에 제공한다. 이렇게 노보 노디스크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해 신재생에너지 추가 구매에 활용했다. 결국 에너지 전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덴마크에서 처음 시도된 이 모델의 성공으로 현재 덴마크에서는 철도회사 등 100여 개의 다른 기업이 비슷한 방식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황호성 수석연구원은 “국내 대기업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직접 투자해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노보 노디스크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전문회사에 맡기고 재정적 지원만 함으로써 환경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말했다.



 가데가르드는 한 가지 중요한 얘기를 덧붙였다. 소통의 중요성이다. 그는 “환경 문제에선 기술보다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환경을 균형 있게 조화시킬 수 있는 기술력 못지않게 지역사회와 직원들에게 환경마인드를 몸에 배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독일 남부 도시 루트비히스하펜에 위치한 화학회사 바스프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세계 최대의 종합화학단지답게 이곳에 도착하면 다른 곳과는 다른 공기가 콧속에 스며든다. 공장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하얀색 스팀도 시선을 자극한다. 인근 주민이 환경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바스프는 고객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속가능성에 신경을 쓴다.



 이 회사 환경센터 알레한드로 베르가라는 “바스프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경쟁력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며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은 줄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바스프는 최근엔 농업에까지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에그밸런스’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최근 농업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에그밸런스는 농민에게 지속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인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바스프에서도 내부소통은 주요 화두다. 현재 공장단지 내에서 시험적으로 운행하고 있는 10대의 전기차는 탄소 배출량 줄이기와 직원들의 환경마인드 높이기, 두 가지 목적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초기엔 ‘그린=비용’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 미국에 진출한 도요타도 처음엔 그랬다. 미국 켄터키 도요타 공장은 규모 600만㎡로, 미국 내 도요타의 최대 생산시설이다. 이곳 부지 한편에는 5년 전 조성한 36만4000㎡ 넓이의 네이처 트레일(Nature Trail)이 있다. 생물다양성 보존 차원에서 공장 부지 조성 전에 그 지역에 있던 억새 등 토착 식물과 나비 등을 복원한 것이다. 네이처 트레일 아이디어를 낸 환경·안전 총괄 케빈 버트는 영업직원들에게 “차 파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독일 BMW와 미국 GM이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만큼 인정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리더로서 차별성을 극적으로 부각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기획 :삼성지구환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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