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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연내 매각 추진 쪼개지 않고 통째 팔겠다

중앙일보 2012.04.24 00:47 경제 2면 지면보기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은 일복이 넘치는 사람이다. 금융실명제(1993년)와 부동산실명제(95년), 외환위기(97년), 신용카드 사태(2003년) 등 위기 때마다 ‘대책반장’을 도맡았다. 지난해 초 금융위원장이 된 뒤에도 저축은행과 가계부채, 청년 창업, 불법 사금융 문제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그런 그에게도 정치는 어려운 과제다. 합리성과 실현 가능성보다 ‘유권자의 지지’를 더 의식하는 정치의 생리 탓이다. 총선 직전 국회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은 여신전문업법을 통과시키고 예금자보호제도 이상의 피해보상을 허용하는 저축은행피해자구제특별법을 논의했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가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여야나 좌우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경제 장관 릴레이 인터뷰 ④ 김석동 금융위원장



 -불법 사금융이 이슈다. 추가 대책이 있나.



 “신고를 받아 처벌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방법을 마련해 줘야 한다. 햇살론 등 3대 서민 금융을 통한 지원을 확대하고 추가 재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사금융이 활개치는 건 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방증 아닌가.



 “신자유주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 정책은 금융시장 안정이나 산업 발전 등 공급자 마인드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소비자가 정책의 축이 돼야 한다. 소비자 보호나 서민·중소기업 배려 등이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 이래야 지속가능한 금융이 가능하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편이 늦어지고 있는데.



 “카드사·소비자·가맹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서 고심하고 있다. 월내 공청회를 열어 상반기 중 최종안을 마련하겠다. 작업팀에 세 가지 주문을 했다. 전체적인 수수료율을 낮추고 업종 간 수수료율 격차를 줄이라고 했다. 특히 매출 2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무조건 지금보다 낮추도록 했다. 합리적으로 하면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이 오히려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는 기우다.”



 -당국이 직접 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하는 것보다 현금 할인 허용 등 경쟁을 촉진하는 게 낫지 않나.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형사처벌케 하는 것은 검토할 여지가 있다. 사실상 현금과 같은 체크카드 활성화를 추진해 보고 부족하면 검토하겠다.”



 -금융회사가 내놓는 상품에 대한 불신도 강하다. 최근 변액연금보험 수익률 논란이 있었다.



 “금융회사와 고객 간의 ‘정보의 비대칭’이 문제다. 고객이 낸 돈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알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보험사가 사업비로 얼마나 떼가는지도 도통 알기 어렵게 돼 있다. 이런 부분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통합공시시스템을 하루빨리 만들겠다. 같은 성격의 상품은 은행·보험·자산운용사를 통틀어 비교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저축은행이 여전히 어렵다. 추가 조치가 필요한가.



 “대규모 구조조정은 지난해 일단락됐다. 1년간 전체 자산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지금은 상시 구조조정이다. 생존이 어려운 곳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리할 것이다. 개별 저축은행 상황은 일부러 보고받지 않고 있다.”



 거침 없는 김 위원장도 저축은행 문제에선 말을 아꼈다. 지난해 영업정지 조치를 유예받은 5개 저축은행에 영향을 줄까봐서다. 금융위는 다음 달 이들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와 시장에선 대형사를 포함해 일부는 생존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 매각을 연내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이 많은데.



 “2001년 우리금융지주를 내가 만들었다. 주변에서 안 될 거라고 했지만 만들어냈다. 매각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씨티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1년 만에 다 회수했다. 우리는 11년째 못하고 있다. 위기 다 극복했다고 하면서 못 팔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지난해 매각에 실패했다지만 성과도 있다. 제도적 장애가 뭐고,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고, 잠재투자자가 누군지 모두 수면 위에 올려놨다. 유럽 위기 등 시장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지만 올해는 여건이 다르다. 우리금융 기업가치가 좋아지고 시장 상황도 좋아졌다. 잘될 것이다.”



 -사업부문이나 지분을 쪼개 파는 여러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쪼개 팔지 않는다. 경영권 일괄 매각으로 간다. 메가뱅크와는 상관 없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시장 효율성을 위해 하는 거다. 인수자가 이후 어떻게 할지는 시장의 몫이다. 옛날 같으면 정부가 주인 정해주고 잘라 팔고 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 금융시장이 성숙했고 볼륨도 커졌다.”



 -지난해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려 할 때 자격 논란이 있었다. 변화가 있나.



 “조건이 달라진 게 없다. 시행령이 고쳐진 것도 아니고…. 산은지주가 독자적으로 참여하는 건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다.”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많다. 우선순위는.



 “자본시장법이 먼저다.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려면 자본시장을 바꿔야 한다. 투자은행(IB), 대체결제시스템, 중앙청산소, 제3시장 등을 만들고 헤지펀드를 자유화해야 한다. ”



 -요즘 청년 창업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하라는 게 맞을까.



 “좋은 일자리 만들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방책이 있다. 하나는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총유동성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게 규제완화다. 규제를 풀어서 서비스 산업 에 고급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는 거다. 청년창업 지원도 그런 취지다. 은행권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인 조연 역할을 해달라는 거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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