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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번호 ‘점지’ 위해 연구소 두고 통계분석까지

중앙선데이 2012.04.22 01:18
‘오리와 알이 완전한 죽음으로 향하니, 그 길의 중용이니라’.

인터넷 카페 ‘B도사의 로또비법신서’ 운영자인 B도사가 최근 회원들에게 보낸 신서 내용의 일부다. B도사는 매주 회원들에게 로또 당첨번호의 실마리가 담겨 있다는 ‘신서’를 제공한다. 앞의 신서 내용을 B도사의 말대로 풀어 보면 ‘오리’는 숫자 2와 닮았고 ‘알’은 숫자 0과 닮았다. 이 둘을 합치면 숫자 20이 된다. ‘완전한 죽음’은 4(死)가 두 개 있는 44다. ‘그 길의 중용’은 바로 20과 44의 중간을 뜻한다. 즉 당첨번호는 32다. 다소 말장난 같은 해석이지만 이 해석을 철썩같이 믿는 카페 회원 수는 현재 8만 명을 넘어섰다.

온라인 활보하는 족집게 도사들



로또가 탄생한 지 어느덧 10년. 열풍은 가시지 않고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일까.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 열기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N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 가능한 로또 전문 사이트와 카페만 100개 가까이 된다. 인터넷상에는 B도사뿐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로또 전문가가 상당수다. 이들은 역대 로또 당첨번호를 토대로 각 번호가 당첨번호로 나온 빈도, 홀·짝수 비율, 연속된 숫자들의 유무 등을 고려해 정밀분석 끝에 예상번호를 내놓는다. 로또 전문 사이트 중 규모가 가장 큰 L사이트는 부설 연구소까지 두고 누적통계 분석 시스템을 통해 예상번호를 선정한다. 상당수의 ‘로또광’ 네티즌이 이 같은 인터넷 사이트나 카페들을 맹신한다.



B도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B도사를 거의 ‘신’처럼 따른다. ‘B도사님, 간곡히 부탁드리오니 이번만큼은 번호를 직접 내려 주시옵소서’ 같은 종류의 글이 하루에 15~20개 이상 올라온다. 애매모호한 신서 내용에 대해서는 진지한 토론이 오간다. 당첨번호가 공개되면 숫자를 맞히지 못했어도 신서 내용을 당첨번호와 억지로 짜맞춰 ‘역시 B도사님이야’라며 신서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자신들을 탓한다. 이 카페의 한 회원은 “신서는 확률게임이 아니다. 정확한 사실이다”고 주장한다.



L사이트에서는 골드회원제를 운영해 로또 1등 예상번호 등을 유료로 제공한다. 1년 이용권이 6만9000원이다. 사이트 관계자는 회사 방침상 정확한 회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약 100만 명 이상이 사이트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K사이트도 비슷한 서비스를 1년간 9만6000원에 제공한다. 주부 김모(42)씨는 “일주일에 로또를 1만5000원 정도 사는데 70% 이상은 인터넷 조합 서비스에 의존한다”며 “유료이긴 하지만 그만큼 굉장히 과학적인 시스템이다. 언젠간 행운이 올 거라고 굳게 믿는다”고 확신을 드러냈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 교수는 이러한 로또광 네티즌의 믿음이 ‘미신’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당첨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신서나 당첨 예상번호 서비스 등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황혜림 과장은 “로또 당첨번호는 온전히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 로또 관련 신서나 유료 사이트를 재미 삼아 이용하는 건 좋지만 맹신하는 건 옳지 않다”고 경계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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