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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무서웠던 MB·귀공자 오세훈과 달리…"

중앙선데이 2012.04.2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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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
몸 낮춘 ‘겸손 모드’로 호감 얻었지만 내세울 만한 ‘박원순표 정책’ 아직 없어

“자, 앉으세요.”

지난해 11월 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첫 보고를 하러 들어간 A과장은 깜짝 놀랐다. 박 시장이 “결재판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 결재와 보고는 서서 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부시장이나 국장급들도 시장에게 결재 받을 땐 마찬가지였다. A과장은 앉아서 결재를 받으면서 박 시장의 눈을 마주 볼 수 있었다. “그날 (시장께서) 물어볼 게 많아서 그랬나 보다 했는데 다들 앉아서 보고했다고 하더라. 별것 아닌지 몰라도 이 일을 계기로 시장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시민단체에서 오신 분이라 막연하게나마 ‘좀 삐딱할 거다’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졌다는 게 A과장의 말이다.



박 시장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서울시 공무원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결은 간단하다. 낮은 눈높이와 경청이었다. 서울시 B과장은 “박 시장의 낮은 자세가 젊은 공무원과 하위직에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서웠던 MB, 귀공자 같았던 오세훈 시장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26일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시민운동단체 대표에서 수도 서울 수장으로의 화려한 변신이었기 때문에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연 그는 얼마나 성공적으로 서울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박 시장에 대한 평가를 요구 받은 서울시 공무원들은 우선 “실무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시장”이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 소통하는 시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평가를 한 꺼풀 벗겨보면 이면이 숨어 있다.



서울시청 공무원 C씨는 “말단에서부터 실장까지 누구나 시장에게 말할 수 있다. 아마 막말을 해도 웃어넘길 거다. 최근 타 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쪽 공무원들이 내가 듣기에도 거북한 이야기를 하던데 박 시장이 다 웃어넘겼다. 성격 좋다. 하지만 시장을 설득하는 건 다른 얘기”라고 했다. 다 들어주긴 하지만 개인적 고집을 굽히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돌고래쇼 중단 발표다. 올 3월 박 시장은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고향인 제주도 앞바다로 돌려보낸다고 발표했다. 제돌이가 불법 포획된 돌고래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돌고래쇼도 중단시켰다. 동물보호단체가 시청 앞에서 ‘돌고래 풀어주고 돌고래쇼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인 뒤 취해진 조치다. 박 시장은 직접 수족관을 찾아 제돌이의 상태를 살피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눈물 짓는 돌고래 사육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동물원 측은 “연간 100만여 명이 돌고래쇼를 관람하고 대다수의 시민들이 좋아한다”며 쇼 중단을 반대했지만 박 시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경 서울동물원 노조위원장은 “현장을 중시한다는 박 시장이 동물원 측 얘기, 고향으로 돌아가면 제돌이가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는 다 무시했다. 동물보호단체의 말만 듣고 중단을 결정했다. 이게 과연 올바른 소통의 자세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이 어떤 서울시를 끌어나갈지 알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박 시장은 사실 서울시장을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 찬반투표 끝에 중도사퇴하자 갑작스레 시장에 나와 당선됐다. Q과장은 “시장 선거 때 공약집을 보면 급조한 흔적이 역력했다.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공약보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서울시정에 대한 이해도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비전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울시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보궐 선거로 당선된 임기 2년8개월짜리 시장으로서의 어려움이 있다. 지난 6개월은 뉴타운 출구전략 발표 등 전임 시장의 사업을 정리하는 데 보냈다. 하지만 슬슬 ‘박원순 브랜드’가 뭐냐는 불만도 나온다. “박 시장은 협치와 통섭, 융합, 시민사회와 협업을 강조한다. 시장이 주도하는 독서토론 모임에서 몬드라곤의 기적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와 같은 협동조합 책도 읽었다. 그런데 정작 그걸 서울시정에 어떤 식으로 접목할지 아는 공무원은 별로 없다.” 서울시 고참급 과장 Z씨의 말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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