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철수라는 ‘아바타’ 키우기 이해 안 간다”

중앙선데이 2012.04.21 23:51 267호 8면 지면보기
이문열(사진)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게 정말 싫단다. 이념 논쟁 자체가 너무 소모적이고, ‘본연의 할 일(소설 쓰기)’에도 방해가 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 정치 문제가 질문으로 던져지면 거침없다. “안철수는 언론이 키운 아바타” “4대 강은 잘한 정책” 등 당장 야권이나 네티즌들로부터 돌팔매가 날아들 민감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쏟아낸다. 논란을 피하고 싶다면서도 논쟁적 발언을 참지 못하는 이문열. 어쩌면 ‘현실’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 시대적 정신을 찾아내 소설 속에 담아내는 작가적 치열함이 그러한 이중성으로 나타나는 건 아닐까.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이천의 자택 부악문원(負岳文院)에서 그를 만났다.

[허남진 대기자의 인물탐구] 선거 정국, 말문 연 보수논객 이문열

-총선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상 밖의 일로 충격적이었어요. 나는 (새누리당이) 한 석이 적어도 적을 걸로 봤습니다. 트위터 등 SNS상에선 여당이 압도적으로 불리했잖아요. 사실 (막말 파동의) 김용민 같은 경우도 어떤 결과가 날지 확신하지 못했어요. 왜냐면 트위터 등에서 나타나는 묘한 힘이 너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옛날 천안함 사태 때도 여당이 잘못한 거로 돼서 선거에서 져버리고.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생각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왔어요. SNS에 대해 반작용이 있을 거라고 예견은 했지만 이리 빨리 올지는 몰랐습니다.”

-여당이 질 거라고 예상한 건 현 정권의 실정(失政)이 크다고 봤기 때문인가요.
“정권의 실책에다 선거전략으로 네거티브가 잘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거죠. 하필 이 정권 출현하기 전에, 내가 무슨 후원자처럼 돼가지고… 그렇기 때문에 참 애증도 많아요. 명백히 현 정권이 실수한 것도 있고, 그리 할 수밖에 없던 것도 있고, 또 잘한 것도 있다고요. 그런데 지금 좋은 일들은 전혀 얘기되지 않고 있어요. 명백한 실수와 아직 실책일지 아닐지 모르는 것, 이런 것만 묶어 모두 나쁘다는 식으로 네거티브 대상이 됐단 말이죠.”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4대 강 같은 게 그렇죠. 당초 선거공약은 한반도 대운하였죠. 그 공약을 내걸고 500만 표 차로 (이명박 후보가) 이겼습니다. 국민이 대운하를 적극적으로 찬성하진 않았을지 모르나, 적어도 반대의 뜻은 아니라고 봐야죠. 그런데 이게 1년 동안에 대운하는 해선 안 될, 죽일 놈의 짓이 되었어요. 그래서 대운하 떨어져 나가고 4대 강이 나왔습니다. 그게 또 1년 지나자 4대 강 개발까지 죽일 놈이 된 거예요. 지금 가보면 4대 강 사업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기습 게릴라 폭우 때문에 수해를 입었는데 작년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게 ‘죽을죄’가 됐으니….”

-이번 선거를 보면 지역감정이 여전히 견고하고, 세대 간 대결은 더 심화된 거 같아요.
“더 걱정되는 건 특정 세대가 어느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는 구조의 사회 소통 시스템이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SNS 같은 게 진보의 차지가 됐고, 젊은이들이 그쪽으로 쏠리는 현상, 이게 좀 난감한 거죠.”

-최근 인터뷰에서 ‘보수는 완전히 침몰했다’고 했는데.
“보수는 잡동사니를 실은 거대한 낡은 배처럼, 진보가 아닌 건 좋은 거든 나쁜 거든 모두 다 실었어요. 거기다 1980년대부터 한 20년 계속된 진지전에서 보수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모든 진지가 날아가버린 상태, 이걸 침몰이라 표현한 거 같습니다.”

-진짜 보수를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이번에 새누리당이 그런 노력을 조금은 했다고 봐요. 제대로 되진 않았습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정제하고 정리하느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될 거예요.”

-반년 뒤의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치에 관심을 줄이려고 하다 보니 별로 떠오르는 그림이 없습니다. 다만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나 혼란스럽게 자극하는데, 어떻게 해석할 자신이 없습니다.”

-어떤 게 이상한 징후인가요.
“예컨대 안철수 말이에요. 나는 이해할 수 없어요. 언론들이 합쳐서 아바타에 옷 입히고 키우는 것처럼, (안철수를) 아바타 키우기 하고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왜들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대통령 된다는 건 하나의 실체 있는 행위 주체고, 그 행위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도 전혀 검증은 없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질 때와도 또 달라요. 그가 훌륭한 대통령감이고, 대통령 만들어야 하면 만들어야겠죠. 그러나 그런 확신도 없이 와! 하면서 따라가는, 아바타 키우기가 이상하지 않아요? 대통령 출마하겠다고 말도 하지 않은 사람한테 만날 이 사람 나오면 몇% 찍을래 묻잖아요. 신문마다 정기적으로 그러고 있어요. 이런 이상한 짓을 누굴 위해, 뭣 때문에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습니다.”

-새 인물이라 신선하잖아요.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고요.
“신선하게 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정당 불신을 해결해 줍니까? 해결책 내놓은 거 있습니까? 할 가능성이란 것이 추측으로라도 얼마나 되는지 누가 한번 계산해 봤나요? 또 언론들이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이라고 해석했는데, 참 책임 없는 말이에요. 마치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거와 같은데, 기존 정당이 그렇다면 그럴수록 새로 나타날 가능성, 새로운 인물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검증해야죠. 이쪽이 나쁘다 해서, 깡패인지 뭔지 모르는 이상한 사람이 와도 박수 치며 따라가야 됩니까. 검증은 왜 아무도 안 하는 겁니까.”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요. 또 본인이 나온다고 밝히면 검증이야 필수적으로 뒤따르지 않겠습니까.
“아바타 키워가지고, 이미 다 커버린 아바타를 옷 벗기겠다? 뒤늦게?”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평가해 주시죠.
“제가 정치평론가도 아니고, 또 그리 가까이 알지도 못합니다. 다만 박근혜 위원장의 경우 사실 나는 약간의 의심과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그 점을 상당히 풀어줬다고 생각해요.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거 같아요.”

-이번 대선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보수-진보 간 대결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요.
“그렇죠. 진보 쪽에선 반드시 되찾겠다는 각오고, 보수 또한 이번에 정권을 뺏기면 한동안 다시 되찾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해 치열한 싸움이 될 거로 봐요. 그런데 이념적인 부분은 상당히 약화된 느낌이에요. 지난 몇 년간의 교육으로 색깔론을 거론하는 건 상대를 욕하는 말 비슷하게 됐어요. 이념적 부분은 양쪽 모두 자제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이념 자체도 숨어버렸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말 중에 그런 게 몇 번 있었어요. 완전한 색깔론은 아닌데, 뭘 하는 세력한텐 맡길 수 없다는. 해군기지 같은 거. 색깔론적이라 생각했지만 상당히 에둘러 간 겁니다.”

-전반적인 이념적 좌표는 상당히 좌클릭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복지문제에서.
“맞습니다. 복지, 분배 쪽으로 완전히 기운 거 같아요. 우리가 2만 달러를 넘어섰고, 그래서 옛날 3000달러 시대, 1만 달러 시대의 성장론 가지곤 한계가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 보편복지, 완전복지 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쪽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포퓰리즘적인 표 얻기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회정책 일환으로 가길 바라는 거죠.”
(이문열씨는 현재 신라 장수 김유신의 3국 통일을 소재로 한 소설 ‘대왕, 떠나시다’를 월간중앙에 연재 중이고 첫 회가 이번 5월호에 실렸다. 3000쪽 분량으로 2년여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김유신을 통한 통일 과정에서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 즉 갈등 사회를 통합하고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는 건가요.
“단초를 찾는다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 만약에 우리가 통합이란 화두를 가지고 관찰한다면 어디 와 있는지 보고 싶은 거죠. 요즘 우리는 남북으로 갈라지고, 남쪽은 다시 이리저리 쪼개져 감정적으로 분열되는 느낌인데요. 통합이란 게 어떤 것이고 원형이 뭔지를 검토해 보자 이런 생각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거 같아요.
“객관적으로 보면 상황이 그리 전개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상적으로 말하는 ‘발전’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습니다. 남북 접촉을 결정한 게 누구냐는 문제인데, 사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전에도 많은 남한의 지도자들에게 북한은 큰 건수였고 경쟁거리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정치 지도자들이 추진했는데 (김정일이) 누구도 받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 받고, 노무현 대통령 받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노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나겠다는 노력도 있었을 겁니다. 어쨌든 그쪽에서 선택한 겁니다. 그걸 가지고 성취다 혹은 위업이다, 이렇게 평가할 순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만나는 게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는 거 아닐까요.
“나는 그리 믿지 않습니다. 천 번 만 번 만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진정성이 있어야죠. 우리의 대통령하고 북한의 국방위원장하곤 각자 그 사회를 대표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북한의 국방위원장은 자기가 결심하면 2000만 주민과 상관없이 뭘 할 수 있을진 몰라도, 남한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걸 표면적으로 놓고 자주 만나면 된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잘한 거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아니, 졸렬하게 하고 있는 거죠. 확실하게 명확하게 밝힐 거 밝히고 설명할 거 설명하고. 그래서 단교하든지 아니면 화해해서 특사 보내든지 선택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화해 특사 적극적으로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애매한 게 못마땅합니다.”

-보수진영에선 줏대 있게 잘한다고 평가하는데요.
“줏대 세운 거 같지 않아요. 언제 제대로 따끔한 경고 한번 한 적 있나요.”

-진보진영에선 남북관계를 10년 후퇴시킨 대통령이라고 혹평하고요.
“그런 말이야말로 김정일이가 한 말이겠죠. 북한이 우리한테 한 짓에 대해선 왜 아무 말 안 하나요? 박왕자씨 총맞아 숨지고, 천안함 피격돼 40여 명 숨졌는데도, 그걸 말하는 게 무슨 죄입니까. 그 말 했다 해서 10년간 후퇴시켰다는 건… 도둑이 매 들어도 참….”

-김유신 정신에 입각해서 남북통일을 이루자면 어떤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할 건 아니지만, 이상적인 통일론엔 굉장히 불만이 많습니다. 예컨대 남북연합 같은 거는 앞으로 실험해 볼 만한 것일지 모르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어요. 예멘이 비슷하게 했지만 결국 파탄 났죠. 그건 뭐 이 땅에 하늘나라 만들겠다는 것하고 비슷합니다. 집단 최면 걸리듯이 통일하면 앞도 뒤도 안 보고 확 하자는 거, 그거에서부터 벗어나야 하고요. 통일 왜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 보길… 그래야 훨씬 답이 잘 나올 겁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