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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갈등의 친노 리더십으론 대선 못 이긴다”

중앙선데이 2012.04.21 23:49 267호 6면 지면보기
장성민(사진) 전 민주당 의원은 김대중(DJ) 정부의 초대 국정상황실장이자 동교동계 막내다. 20년 이상 DJ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비서다. 올해 초 김대중, 다시 정권교체를 말하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20일 오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맹렬하게 공격했다. 한마디로 “분열과 오만에 빠진 친노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판의 신랄함과 격렬함이 충격적일 정도다. 그는 ‘포용보다 배제를 앞세우는 친노적 사고의 위험성’과 ‘나꼼수에 끌려 다니는 민주당의 천박함’을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민주통합당 안에서 공존하는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혹은 친노와 친DJ계가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는 왜 민주당이 문제라는 것인가.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민주통합당 ‘이대로는 안 되는’ 이유

-총선 패배 직후 한명숙 대표의 사퇴와 정계 은퇴를 요구했는데 왜 그랬나.
“민주당은 집권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모두 갖고 있다. 그걸 되돌아보자. 포용·화합·친구 만들기의 DJ 리더십은 성공사례였다. 분열·갈등·적 만들기의 친노 리더십은 실패사례다. DJ는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한 군사정권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대통령 취임식장에 초청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는 동거정부까지 구성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정당을 깨고 이들의 지지층을 적으로 돌렸다. 국민에게 ‘대통령 못해 먹겠다’며 불안감을 줬다. 지금 민주당의 리더십은 ‘적 만들기’ 리더십으로 가고 있다. 야권연대를 한다면서 이념 갈등을 불러일으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 때 민생정치에 실패하면서도 이념 논쟁은 계속했다. 지금도 똑같이 가고 있다. 대표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분(※문성근 최고위원을 의미) 등의 공개적인 발언을 보면 복수심·적대감이 느껴진다. 적을 만드는 듯한 친노의 리더십은 축소 지향의 리더십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공천부터 친노는 무조건 되고 비노는 철저히 배제됐다. 비례대표도 친노·486 중심으로 이념 지향에 맞춰 도배했다. 당에는 ‘통합’은 없고 ‘분열’만 있었다. 나꼼수 김용민 후보에 대해서도 코드가 맞고 표가 된다고 판단해 막말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정리하지 못했다. 과거 친노가 비판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오만과 독선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지고도 (한명숙 전 대표가) 사퇴의 변만 얘기했지 공식적인 참회 성명 하나 내지 않았다. 심지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지지 않았고 이 정도면 잘했다’는데 국민이 보면 오만에 불과하다. 도그마에 사로잡혀 남의 얘기는 듣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의 재연이다. 친노는 또 무능으로 비판받았는데 이번 선거전략을 보면 이슈 선점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말로만 민생을 떠들고 진짜 민생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여당을 설득해 법안을 만든 게 단 한 건이라도 있었나. 한때 160석까지 예상하다가 과반도 못 넘겼는데도 민주당은 ‘지속가능한 패배’를 유지하고 있다.”

-야권연대는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보나.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최악이었다. 집토끼는 표류하게 만들고 산토끼는 되돌아가게 했다. 야권연대의 이름 아래 민주당이 진보정당의 급진적 이념에 확 끌려 들어갔다. 서민과 중산층이라는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이 정체성 혼란을 느꼈다. ‘내가 지지했던 그 정당 맞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명박(MB) 정부에 싫증을 느꼈던 중도 유권자들이 제1야당을 대안으로 선택하려 했는데 민주당에 실망해 연어 떼처럼 새누리당으로 돌아가 버렸다.”

-야권연대가 수도권에선 위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계급성이 강한 일부 진보의 표보다 중도보수 표가 더 많다. 진보세력 중에서 몇몇은 민주당을 찍었겠지만 현 정권에 실망한 중도보수 유권자들 중 민주당을 대안으로 찍어 보려던 이들은 모두 떠나 버렸다. 득보다 실이 더 컸다. 야권연대는 실리만 아니라 명분도 잃었다. 노선·정책·이념이 다른 진보정당과 연대하는 것이 일반 유권자들에겐 정치공학적인 야합으로 비춰졌다.”

-광주 서을에선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를 이기지 않았나.
“야권연대가 승리한 게 아니라 민주당이 급진투쟁정당과 연대하니까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한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9.7%나 득표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앞서기까지 했다. 원래는 압도적으로 이겼어야 하는 지역이다. 만일 새누리당이 기존 노선에서 완전히 이탈해 진보정당과 연합하면 대구에서 유권자들이 찍어 줬겠나. 아마 무소속이 대거 당선됐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론’을 따를지 말지 고민할 게 아니라 ‘지지층 철수론’을 고민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주장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제주 해군기지 중단은 어떻게 보나.
“이념의 덫에 걸려든 것이고 포퓰리즘 때문에 말을 바꾼 것이다. ‘거꾸로 대약진’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국정홍보처가 예산의 44%를 한·미 FTA 홍보에 썼다. 다음 해 8월엔 체결지원위원회를 통해 96억원의 예산으로 대대적인 홍보사업에 나섰다. 이제 와서 경제환경이 달라졌다는 상황 논리로 말을 바꾸면 정당화될 수 있나. 한·미 FTA가 경제동맹의 문제라면 해군기지는 군사동맹 사안이다. 이념이 아니라 21세기 미·중 시대를 맞는 한반도의 국가 생존 전략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집권 여당 때 추진했던 정책을 야당이 돼 뒤집는 건 국민의 뇌리에 ‘불신집단’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넣는 것이다. 친노 중 누구 하나 이런 문제를 얘기한 사람이 없다. 지금의 친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살아서도 못 지키더니 죽어서도 그의 정책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선거 막판 최대 이슈가 된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은 어떻게 보나.
“나꼼수는 MB 정권의 부산물이다. 그들 스스로 ‘가카 헌정방송’이라고 하지 않나. 나꼼수는 MB 정권 퇴장과 함께 사라질 거품이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유행시킨 ‘닥치고’라는 용어에 압축돼 있다. 그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따르라’는 맹목적인 선동이다.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배격하는 사회 해체적인 주장일 뿐이다. 칼 포퍼가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지적했던 전체주의적·반민주적 사고다. 그런데 공당인 민주당이 나꼼수에 끌려 다녔다. 아무리 표가 중요해도 받을 표가 있고, 버릴 표가 있다. 그건 공당의 윤리규범의 문제다. 민주당은 국민과 소통하려 한 게 아니라 나꼼수와 소통하려 했다. 민주당은 정도(正道)정치가 아니라 꼼수정치를 했다. ‘닥치고 나꼼수’는 이제 ‘나꼼수 닥치고’로 가야 한다.”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갈 길은 뭐라고 보나.
“DJ의 실용과 노무현의 이념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빨리 성공한 모델로 유턴해야 한다. 이념의 덫에서 빠져나와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실용의 문제로 가야 한다. DJ도, 빌 클린턴도, 토니 블레어도 모두 중도온건 노선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대선전에서 공화당의 외교·안보 정책을 그대로 수용했던 민주당의 클린턴은 집권 후엔 중산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퇴직 후 노후자금인 개인연금에 대한 비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중산층 권리장전(middle class bill of rights)’을 선언했다. 영국의 블레어는 급진노동당의 이미지를 씻고 인구의 다수를 이룬 신중산층을 잡기 위한 ‘거대다수연합(the great majority of the coalition)’을 내걸어 집권했다. 지금 민주당이 편협한 특수계급의 이익만 대변하는 정당으로 가면 대선 집권으로부터 계속 멀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색깔만 대변하는 게 아닌 무지개 정당이 돼야 한다.”

-2002년 대선 때처럼 호남이 미는 영남 후보론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지금 민주통합당의 친노 리더십은 두 가지를 착각하고 있다. 먼저 보수언론과의 갈등을 만들어 지지표를 모으려는 낡은 전법이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측이) 보수언론과 싸웠는데 지금 그때만큼 보수언론이 압도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10년 전에 했던 방식을 또 꺼내 들어 보수언론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그들을 적으로 삼으려는 것인데, 유권자들은 식상할 것이다. 사골 국물을 우려먹다가 맹탕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막강한 파워 트위터리안들이 나오는데 그게 되겠나. 둘째는 민주당이 영남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택하면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이다. 이건 노무현 후보 때 썼던 과거 프레임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이런 프레임을 이미 경험했다. 찍어 줬더니 민주당을 나가 버렸다. 그러니 ‘이회창이 싫어서 찍어 준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권을 맡길 정당이지 정치공학이 아니다. 갈매기 조나단이란 책에는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높이 날아 국민 전체를 보며 미래를 책임질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게 아닌가. 부산 앞바다 백사장에 앉아서 누가 뿌려 준 빵부스러기만 바라보는 갈매기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진보 대 보수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면 진보강화론도 일리 있지 않을까.
“대선은 그렇지 않다. 두 가지로 나눠 보자. 먼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서민과 중산층엔 이들의 힘든 삶의 유일한 탈출구가 민주당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이념이 아니다. 비전과 대안을 보여 주는 것이다. 동시에 안정을 바라는 보수 기득권층에는 민주당의 집권이 자신들의 생활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을 줘야 한다.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최소화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를 맞아 DJ가 기자회견을 하며 ‘최저생계비는 보장돼야 하지만 노동자들도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해 방미해 ‘주한미군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 후에도 동북아 평화 유지를 위해 존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천명한 게 왜 그랬다고 보나.”

-민주당의 이념 논쟁은 대선 승리에 해악적인가.
“그건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소수정치인의 특수이익을 위한 것이다. 공공선이 아니라 사적 이해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급진투쟁의 낡은 이념정당에서 벗어나 실용적 개혁중도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향후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동교동계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동교동은 어떤 후보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을지 암중모색하는 단계다. 12월 대선에서 커다란 병풍 역할을 해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드는 시금석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하고 있다. ‘동교동이 누구를 지지한다더라’라는 얘기는 DJ 지지층에는 영향력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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