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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로는 애플보다 주가 상승 여력 커 … 아이폰 같은 ‘창조품’ 없는 건 숙제

중앙선데이 2012.04.21 23:38 267호 20면 지면보기
코스피 삼성전자의 주가는 20일 128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130만원대에서 약간 밀렸지만 52주 최저가인 지난해 8월의 67만2000원의 거의 두 배다. 통상 반년에서 1년 내를 보는 목표주가 전망은 150만~200만원이다. 200만원은 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메릴린치와 대신증권이 내놨다. 대우증권·하나대투증권은 150만원이다. 국내 29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162만5000원. 지금보다는 훨씬 올라갈 것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다.

삼성전자 ‘매출 200조-이익 20조 클럽’ 가입할까

주가 상승론의 요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장 독식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대신증권 강정원 애널리스트는 “노키아·모토로라는 삼성전자를 따라올 수 없고 애플이 유일한 경쟁자이지만 당분간 더불어 성장하면서 나오는 엄청난 이익을 나눠 먹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영업실적 향상이 한계에 부닥쳤고, 주가도 오를 만큼 올랐다는 얘기는 지난해 100만원 수준 때부터 나왔지만 실적과 주가는 계속 개선되고 올랐다”고 덧붙였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본 삼성전자의 주가는 경쟁 상대인 애플에 비해 저평가 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쪽은 삼성전자 실적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우증권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200만원의 목표주가는 실적을 이끌어 온 갤럭시노트가 계속 잘 팔리고, 앞으로 나올 갤럭시S3도 인기를 끈다는 가정 아래 나온 것인데 이들 제품이 잘 안 팔리면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신제품을 선호하는 스마트폰 고객 특성을 감안하면 출시 6개월이 된 갤럭시노트의 판매량이 1분기보다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음 달로 예정된 갤럭시S3 출시 후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면 영업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주식시장의 수급 상황도 주가 상승이 탄력을 받기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펀드회사(자산운용사)들이 삼성전자 매수 한도를 채웠기 때문에 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공모형 펀드는 전체 주식 투자금을 종목당 10% 이하로 배분하도록 돼 있다. 다만 시가총액의 10% 이상인 종목은 그 비중만큼 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의 16%를 차지한다. 국내 대형 펀드 상당수는 이미 삼성전자 매수 한도인 16%를 채웠다.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가 110만원대에서 130만원으로 오를 때 조정을 오래 받은 건 펀드회사들이 삼성전자 투자 한도에 걸려 추가 매수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당수 펀드가 투자 한도를 채운 터에 200만원은 고사하고 150만원 가는 길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펀드회사의 빈자리를 외국인투자자가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10~16일 싱가포르·홍콩에서 외국인투자자를 상대로 ‘한국 전자산업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행사를 맡은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상당수 외국인투자자는 주가가 단기 급등한 애플에 대해 차익 실현을 고려하는 데 비해 삼성전자 등 한국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홍콩·대만·싱가포르·중국 등지를 돌며 외국인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는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외국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주가의 토대는 물론 회사 영업실적과 기업가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65조원, 영업이익 16조250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1분기 호실적에 빗대 200조-20조원 클럽 가입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국내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매출 200조3000억원, 영업이익 25조1684억원이다. 200조-20조 클럽에 들어간 회사는 세계적으로 손꼽는다. 석유회사 로열더치셀(531조원-48조원), 월마트(505조원-29조원), 엑손모빌(490조원-61조원), BP(424조원-30조원) 정도다. IT 산업은 물론이고 일반 제조업종 중에선 유례가 없다. 애플(144조원-37조원)은 삼성전자보다 이익은 많지만 매출은 적다.

‘200조-20조’클럽 후보인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은 부품과 완제품을 아우르는 초일류 제조능력이다. 경쟁사인 애플에도 단말기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삼성전기·삼성SDI 같은 자회사를 통한 수직 계열화는 강력한 제조능력의 또 다른 원천이다. 마케팅 능력도 뛰어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최근 ‘삼성전자의 대규모 마케팅 능력’이 시장을 장악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고 전했다.

수익성도 좋다. 일부에서 ‘애플은 1000원 팔아서 300원을 남기는데(이익률 30%) 삼성전자는 1000원 팔아서 100원밖에 못 남기지 않느냐’고 비교한다. 하지만 스마트폰만 따로 보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노무라증권의 정창원 연구원은 “삼성의 스마트폰 영업이익률은 약 20%이지만 내부 이익 등 ‘숨어 있는 실적’을 합치면 실제론 3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90원에 부품을 만들어 스마트폰을 만드는 통신 부문에 10원의 마진을 붙여 100원에 넘기는데 삼성전자가 발표하는 실적에는 이런 내부의 중간마진이 생략되고, 최종품인 스마트폰의 이익만 실적에 오른다는 것이다. 백보 양보해도 거대 제조기업의 10% 이익률은 꽤 높은 수준이다.

올해 200조-20조 클럽 가능성은 어떨까. 삼성전자가 첫 단추는 잘 끼웠다. 1분기 매출 45조원(잠정치), 영업이익 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비수기인데도 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였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4.9%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21.6%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9.4%, 전년 동기 대비 96.6% 증가했다. 동부증권 신현준 애널리스트는 “통신사업 부문의 호실적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 같다. 압도적 설비 투자를 통한 규모·원가·기술력 우위로 반도체 실적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을 202조800억원, 영업이익을 26조300억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과 환율 불안은 부정적 요인이다.

애플과 혈투를 벌이는 스마트폰 시장의 1위 수성(守成)도 관심사다. 27일 1분기 확정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는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량 4100만 대, 세계 시장점유율 28.2%로 추산된다. 이 기간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3260만 대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뛰어난 디자인과 품질·서비스로 삼성전자가 당분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톰슨-로이터도 “삼성전자의 강력한 공급망 체계가 시장 확대에 큰 힘을 발휘한다”며 “저가에서 고가, 안드로이드에서 MS윈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평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8.9%로 1위를 차지하고 애플(20.5%), 중국 화웨이(7.6%), 핀란드 노키아(7.1%)가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잘나가는 삼성전자가 요즘 ‘위기’를 자주 되뇐다. 21일로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출근 1년이 되는 이건희 회장은 공·사석에서 어려움에 처한 외국 IT 업체들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당부한다고 한다.

선발 업체를 쫓아가는 ‘맹추격자(fast follower)’ 삼성전자가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 변신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워크맨·아이폰처럼 여태껏 없던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서울대 최종학(경영학) 교수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정도로 광속으로 변하는 게 요즘 시장”이라며 “미래 수종사업에서 시장 선도자로 빨리 변신해야 진정한 초일류 기업이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창의적인 인재 확보와 소프트웨어 강화, 자유로운 기업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서강대 노부호(경영학) 교수는 “산업화 시대 삼성전자의 강점인 조직·실행·추진력은 이제 자칫하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이 약하고 구글·애플에 비해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기업문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3M의 세계적인 히트 상품 포스트잇은 개발 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혁신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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