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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스 설립보다 코스닥 살리기가 먼저다

중앙선데이 2012.04.21 23:28 267호 31면 지면보기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 지난 6일 금융위원회가 연내 설립하겠다고 밝힌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의 이름이다. 금융위는 “소규모 벤처기업의 코넥스 상장을 활성화해 자금 조달과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주겠다”고 밝혔다. 프로스포츠와 비교하면 코넥스는 주식시장의 3부리그다.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가 1부리그, 중견 벤처기업이 많이 상장된 코스닥은 2부리그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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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코넥스 설립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2부리그인 코스닥조차 ‘혼탁하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3부리그인 코넥스가 관심을 끌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도 코스닥을 ‘테마주 시장’ ‘개미들의 무덤’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에는 전문적인 작전세력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까지 주가 조작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10억원가량의 투자금만으로도 주가를 좌우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코스닥에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가 더 작은 기업이 상장될 코넥스 시장이 설립되면 코스닥보다 훨씬 더 과열될 수 있다. 작전세력 입장에선 10억원이 아니라 5억원만 있어도 주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소규모 벤처의 자금 확보를 돕겠다는 취지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벤처가 성장해야 국가경제의 밑바탕이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 상장만이 해법은 아니다. 에인절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을 통해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게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인 애플도 창업 초반 ‘마이크 마쿨라’라는 벤처투자자를 만나서 성장할 수 있었다.

코넥스 설립을 서두르기보다 코스닥을 활성화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밤을 지새울 수 있도록 코스닥을 일류 주식시장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벤처 투자자들은 코스닥 상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 벤처기업을 찾아 돈을 대려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코스닥에 상장된 불량 기업이나 작전세력을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특히 4·11 총선 이후 다시 들썩이는 정치테마주의 주가조작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테마주에만 돈이 몰리면 건실한 기업은 아무리 실적을 내도 주목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는 꼴이다.

코스닥의 우량업체를 스타기업, 성공모델로 만들어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애플ㆍ구글이 나스닥에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미국 대형주 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의 구애를 뿌리치고 나스닥 상장을 택했다. 그런 점에서 몇 년 새 엔씨소프트ㆍNHN 등 굵직한 첨단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겨간 데 대해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코스닥에는 스타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 아직 많다. 한국거래소가 해마다 발표하는 우량주인 ‘프리미어 종목’ 100개 기업과 강소기업인 ‘히든챔피언’ 30개 기업이 숨어 있는 주인공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규제 못지않게 이들 기업을 벤처의 롤모델로 키우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카카오(카카오톡 개발회사)와 같은 유망 벤처가 어느 순간 한국 코스닥을 제쳐두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서는 안 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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