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가루·먼지·진드기·털 피하는 게 상책

중앙선데이 2012.04.21 23:06 267호 18면 지면보기
해마다 꽃피는 봄이 오면 많은 사람이 꽃향기 맡으러 들로 산으로 향하지만, 꽃가루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알레르기비염과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꽤 많다. 창문만 열어도 맑은 콧물이 흘러내리고, 꽃가루와 황사로 기침·재채기가 끊이지 않는다. 코감기에 걸려 휴지가 닳도록 코를 풀어대는가 하면, 코가 막혀 숨쉬기도 어렵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봄철에만 이런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잘못 관리하면 1년 내내 콧물·재채기를 달고 살아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사진) 교수로부터 봄철 비염·축농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들어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 교수에게 듣는 봄철 비염·축농증 대처법

-알레르기비염은 뭐고 왜 생기나.
“알레르기비염이란 코에 생기는 모든 염증반응을 말한다. 여러 유형의 비염이 있는데, 가장 흔한 게 알레르기비염이다. 알레르겐(항원)이라고 불리는 원인 물질에 의해 유발된다. 먼지·꽃가루·진드기·동물의 털 등의 항원이 코점막에 붙으면 염증반응이 일어나 맑은 콧물, 재채기, 기침 등의 이상반응을 일으킨다. 알레르기비염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처음엔 코 안이 간지럽다가 연속적으로 재채기를 하고,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나온다. 오래되면 코가 막혀 숨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알레르기가 코 부근 기관까지 영향을 미쳐 눈이나 목이 가렵거나 눈물이 나기도 한다. 두통도 생기고 냄새를 잘 못 맡는 것도 특징이다.”

-호르몬이나 음식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던데.
“여성은 생리기간 중 또는 임신기에 갑자기 콧물이 많아질 수 있다.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비염이 생기는 경우다. 음식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유독 콧물이 나는 사람이 있다. 미각성 비염(gustatory rhinitis)이라고 하는데, 뜨겁거나 매운맛이 코 혈관을 확장시켜 콧물이 많아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관을 충혈시켜 비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코감기와 비염을 혼동하는 사람도 있다.
“코감기와 비염은 다르다. 코감기는 먼지나 꽃가루 등 항원 침입에 의한 게 아니라 바이러스 침투로 생긴다. 맑은 콧물이 아닌 끈적한 콧물이 나오고 시간이 갈수록 누런 콧물로 바뀐다. 열이 나는 등의 전신질환이 나타나는 대신 재채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일주일 정도 진행되다 자연 치유된다. 축농증은 이 코감기가 오래돼 생기는 것이다. 코감기 후 코 뒤쪽에 부비동이라는 빈 공간에 박테리아가 남아 서식하면서 고름 같은 걸 만들어 낸다. 누런 콧물이 나오는 게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만성화되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유전적 영향도 있나.
“그렇다. 부모 중 한 명이 알레르기비염이 있으면 자식이 알레르기비염을 가질 확률은 30%다. 부모 모두 알레르기비염이 있다면 자녀의 50~75%가 알레르기비염을 가진다. 알레르기비염은 면역반응이 가장 활발한 아동·청소년기에 심하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빈도와 강도가 약화되기도 하지만 성인이 돼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어릴 때는 남자아이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성인에게서는 남녀별 유병률 차이가 없다.”

-알레르기비염의 예방법은.
“일단 ‘회피요법’부터 써야 한다. 가장 흔한 알레르겐이 집먼지 진드기인데,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천으로 된 소파나 카펫을 없애고 가죽 소재의 소파를 사용한다. 커튼도 천으로 된 것보다 버티컬(vertical)을 쓴다. 이불이나 요·침대·베개 등에 씌우는 커버(cover)를 자주 삶아 세탁하고 반드시 햇볕에 말려야 한다. 심한 경우 항원 노출을 줄이는 특수 커버를 구입해 사용한다. 습도 조절도 중요하다. 공기청정기나 제습기를 사용해 습도를 50% 이하로 유지하면 진드기가 줄어든다.
반려동물도 되도록이면 접촉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집 밖에서 기른다. 반려동물이 사라진 뒤에도 통상 4~6개월 동안은 집에 털이나 분비물 등이 남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비염은 피하는 게 최선이다.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면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간다.”

-병원에서는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나.
“약물치료를 받는다. 항히스타민제, 코(비강) 분무용 스테로이드, 항루코트리엔제 등을 쓴다. 흔히 스테로이드라면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약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코에 분무하는 스테로이드는 전신 흡수율이 1% 미만이다. 정량으로 사용할 경우 수년간 써도 인체에 무해한 것이 입증됐으므로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면역치료도 한다. 알레르기 테스트를 통해 원인 알레르겐을 밝혀낸 다음 해당 항원을 소량씩 알약으로 먹게 한다. 몸에서 알레르기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방법이다. 매일 혀 속으로 항원 약을 녹여 먹는다. 3~5년 동안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다. 축농증의 경우 1~3개월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적 치료도 고려한다. 코로 내시경을 집어넣어 문제가 되는 농을 제거한다. 코가 막힌 경우도 수술할 수 있다. 축농증이 아니더라도 코가 휘었거나(비중격) 물혹이 생겨 막힌 경우 내시경 수술로 흉터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던데.
“코질환은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학생에게는 학습 능률을, 성인에게는 작업 효율을 저하시킨다. 합병증도 생긴다. 성장기 아이의 경우 코가 답답하면 입으로 숨쉬게 된다. 성장기 입 호흡이 지속되면 코밑 인중이 길어지고 아래턱은 짧아진다. 얼굴이 길어지고 주걱턱으로 발달할 수 있다. 키가 잘 안 큰다는 보고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중이염·만성기침·후각장애 등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치료받는 게 좋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