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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덴테’로 삶고 ‘골든브라운’으로 볶고 와~10점 만점에 7점!

중앙선데이 2012.04.21 21:26 267호 26면 지면보기
파스타 요리를 직접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 외식을 할 때면 파스타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면 점수를 좀 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밀가루를 이용한 재료에 소스와 다른 음식물을 조금 곁들이는 단순한 형식의 음식이니 어렵지 않게 만들어볼 수 있을 것도 같다. ‘라면 끓여주는 아빠’보다는 ‘파스타 만들어주는 아빠’가 왠지 더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있었다.

주영욱의 도전! 선데이 쿠킹 <1> 전복 링귀니 파스타

마침 저녁 모임이 있어서 ‘두가헌’이라는 이탈리아 식당에 가게 되었다. ‘매우 아름다운 집’이라는 이름의 수준에 걸맞게 음식들이 모두 다 깔끔하고 맛이 훌륭해서 자주 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파스타 하나가 눈에 띄었다. ‘화이트와인 소스의 매콤한 전복 링귀니’라는 긴 이름인데, 쉽게 줄이면 ‘전복 파스타’란다. 감칠맛과 매콤한 맛이 좋고, 소스가 잘 밴 전복이 맛있게 어울려 씹히는 맛이 아주 좋았다. 다른 곳에서 맛보지 못했던 아주 인상적인 맛이다. 그동안의 안면을 무기로 셰프에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떼를 썼다.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 노릇을 하고 싶다고 졸랐더니 어려운 부탁인데도 흔쾌히 들어주셨다. 아름다운 외모만큼 마음도 아름다운 분임에 틀림이 없다.

야호!
링귀니는 사실 잘 몰랐었는데 스파게티를 납작하게 눌러 놓은 모양의 이탈리아 국수다. 면이 넓어 소스가 더 잘 버무려지고 씹히는 맛이 더 좋단다.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일요일 점심때 전복 링귀니 파스타를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우리말로 하면 ‘전복을 곁들인 납작 국수’ 정도인데 링귀니라고 하니 뭔가 그럴듯한 요리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생각인지 엄청 기대하는 눈치였다.

일요일 오전, 일찌감치 요리 준비를 시작했다. 실력이 모자라면 더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 우선, 전날 사다 놓은 요리 재료들을 손질했다. 전복을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고 내장과 껍질을 제거했다. 먹기 좋은 크기로 납작하게 썰었다. 칼질이 서툴러서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했더니 금방 요령이 생긴다. 마늘을 넓적하게 썰고 콩 줄기를 새끼손가락 크기로 잘라 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링귀니 국수 삶을 물을 준비했다. 넉넉한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을 한 숟가락 풀었다. 면이 삶아지면서 간간하게 간이 배게 하는 것이다. 올리브유도 조금 넣었다. 면이 서로 엉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하단다.

먼저 링귀니를 삶기 시작했다. 냄비의 물을 펄펄 끓인 다음에 링귀니를 집어넣었다. 파스타를 삶을 때는 ‘알덴테(Al Dente)’로 삶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치아로 끊었을 때 너무 부드럽지도 않고 약간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씹는 촉감이 느껴지는 상태를 말한다. 좀 어려운 경지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링귀니 포장지에 보니 몇 분 동안 삶으라고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다. 벽에 던져서 붙으면 그게 알덴테로 적당하다는 식의 얘기가 인터넷에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학구적인 사람은 아니다.

링귀니를 삶아서 물기가 빠지도록 체에 담아놓고 메인 요리 과정을 시작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슬라이스를 넣고 볶았다. 양념으로 앤초비(멸치를 올리브유에 절인 것), 페페로치니(이탈리아 마른 고추), 소금, 후추를 함께 넣었다. 마늘이 ‘Golden Brown’이 되어야 한다고 아름다운 셰프는 말씀하셨고 나는 노릇노릇하게 볶으면 된다고 이해했었다.

그 다음에는 준비한 전복과 콩 줄기를 함께 넣고 볶았다. 어느 정도 익은 다음에 화이트와인을 살짝 뿌려줬다. 잡미를 없애고 재료들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면서 와인 향을 배게 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다시마 육수를 조금 붓고 올리브유와 육수가 서로 섞이는 느낌이 들 때까지 중간 불로 졸였다. 이렇게 해서 소스가 모두 완성되었다. 삶아 놓은 링귀니를 프라이팬에 부어서 소스와 전복 등 재료와 잘 섞었다. 파슬리를 적당히 뿌려서 섞는 마무리를 하니 드디어 파스타가 완성되었다. 접시에 담고 아이들을 불렀다.

마음을 졸이면서 반응을 지켜보는데 다행히 일단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식탁에 앉으면서는 이거 정말 믿고 먹어도 되는 거냐며 구시렁대던 애들이 말없이 조용히 먹고 있다. 나도 함께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음… 좀 싱겁다. 의도했던 깊은 맛도 덜하다. 두가헌에서 먹던 맛하고는 꽤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전복과 마늘 덕분에 대충 먹을 만하다.

처음 한 것치고는 그래도 괜찮은 거 아냐? 하고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아이들 반응에 계속 신경이 쓰이고 있는데 파스타 귀신 딸애가 아빠 마음을 읽었는지 덕담을 해준다. 일단은 합격이란다.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줄 수 있겠단다. 집 근처에 자주 가는 파스타 전문점의 파스타는 9점을 줬었다. 초보 요리사에게 그 정도 점수면 감지덕지다. 노력이 가상해서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은 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고 우쭐해진다. 이 맛에 요리를 하는구나 싶다.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일단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결과물이 뭔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그 즐거움은 더 커진다. 열심히 요리를 하고 그 음식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그래서 참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맛까지 아주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어설픈 초보 요리사로서는 언감생심이다. 아주 실패해서 남들을 괴롭게 하지만 않으면 우선은 성공이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 ‘그분’이 오셔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주영욱씨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그중 사진, 여행, 음식을 진지하게 좋아한다. 마케팅 리서치 회사 마크로밀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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