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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미디어를 부리는 자의 것 페이스북·트위터...그 노예가 되지 마라

중앙선데이 2012.04.21 20:56 267호 11면 지면보기
공들여 준비했는데 반응이 없다면 얼마나 허탈할까요. 출판사 편집장들이 ‘다시 봐도 아까운 책’을 직접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숨은 책 찾기 <1>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20년 전 내가 편집자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디지털 충격’에 시달려 왔다. 타자기 대신 컴퓨터가 등장하고, PC 통신과 인터넷이 등장하고, 블로그가 등장하고, 카페가 등장하고, 모바일이 등장하고,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고…. 꾸던 악몽이 그치기도 전에 다시 꾸는 악몽 속에서 차례로 출몰하는 유령처럼 디지털은 연신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최후의 원고지 세대 편집자이자 최초의 컴퓨터 세대 편집자인 나는 충격과 공포로 점철된 지난 20년을 헤드폰 쓰듯 양쪽 귀를 필자 둘의 목소리로 감싼 채 버텨 왔다. 미래를 끌어다가 미리 쓰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늘 먼저 있었고, 또 내가 샛길에 빠지지 않도록 나중까지 남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그중 한 사람 케빈 켈리는 공교롭게도 국내에 번역된 두 책(『디지털 경제를 지배하는 열 가지 법칙』과 『기술의 충격』)을 모두 내가 편집해 소개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 시각에서 추적해 세세하게 해설한다. 그의 책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서 미래 삶의 프레임이 생생히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다른 한 사람은 올해 초 출간된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의 저자 더글러스 러시코프다. 편집자로 입문한 직후인 1990년대 초 미디어 혁명의 전조를 예민하게 꿰뚫었던 비평가인 그의 책을 빠짐없이 읽고, 그중에서 먼저 『카오스의 아이들』과 『미디어 바이러스』 등을 국내 최초로 기획해 출간했다. 선형적이고 논증적인 언어 중심 사고 대신 비선형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 중심 사고가 미래를 지배하리라고 예언한 『카오스의 아이들』은 지금 우리 모두의 삶이 되었다. 미디어를 장악해 대중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시도는 항상 대중의 창조성 넘치는 미디어 사용법 때문에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새롭고 혁신적인 미래 미디어가 탄생한다는 『미디어 바이러스』는 미디어를 이용한 투쟁이 격화되고 있는 오늘날 중요한 예언서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그것을 바라든 바라지 않든 점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나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와 통합되는 추세다. 러시코프의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는 인간과 기술이 하나로 통합돼 공진화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을 위한 행동 가이드이자, 소셜네트워크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미국의 일자리 사이트인 캐리어캐스트가 최근 발표한 최고의 직업 순위 1위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이는 소프트웨어를 잘 이용하는 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알고 그 구조를 혁신할 줄 아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러시코프에 따르면 누군가 만들어 준 네모박스 위에 열심히 글을 쳐넣는다 해서, 즉 네트워크 위에서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만나 댓글을 교환했다 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진정으로 삶을 향상시키려면 그 네모박스 자체를 성찰하면서 그것이 내 삶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네트워크를 통제하지 않으면 네트워크가 제멋대로 우리를 통제해 버린다. 그런 세계는 결코 우리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 가령 나꼼수는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를 이용해 기존 미디어 공룡의 한계를 돌파했지만 성찰 없는 미디어 괴물이 됨으로써 다시 스스로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문자 시대에는 한자나 라틴어 등의 고급 정보 해독력(리터러시·literacy)를 갖춘 사람이 승리자가 되었다. 아마 현대 역시 미디어의 단순 이용자가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사람이 우리를 이끌 것이다.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는 새로운 리터러시의 훌륭한 밑그림을 그려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위로나 격려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청사진일 것이다. 그런 책이 지금 당신 앞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이 저자의 편집자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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