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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후 가장 높이 오른 그리스인

중앙선데이 2012.04.21 20:44 267호 6면 지면보기
16일 제96회 퓰리처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눈에 띄는 건 온라인 매체 허핑턴 포스트였다. 이 매체의 데이비드 우드 기자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의 사회 적응을 취재해 국내 보도 부문 수상자가 됐다. 퓰리처상을 받은 온라인 매체는 또 있다. 하지만 2010, 2011년 연속 수상한 ‘프로퍼블리카(Pro Publica)’는 비영리 매체고, 올해 수상한 ‘폴리티코(Politico)’는 워싱턴 일대에 무가지를 배포한다. 상업적인 순수 인터넷 매체 중 허핑턴 포스트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것이다.

퓰리처상 받은 ‘허핑턴 포스트’ 편집장 아리아나 허핑턴

2005년 문을 연 허핑턴 포스트는 블로거를 뉴스 공급원으로 활용한다. SNS와 서비스를 연계한 후 방문자 수가 뉴욕 타임스 홈페이지를 추월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2월엔 주류 미디어의 제왕 AOL에 3억1500만 달러(약 3500억원)에 매각됐다.

창업자이자 현재 편집장인 아리아나 허핑턴(61·사진)은 그리스 태생의 미국인이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작가·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1985년엔 석유재벌이자 미국 공화당 정치인인 마이클 허핑턴과 결혼했다. 결혼식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고, 바버라 월터스가 신부 들러리를 섰다.

1994년 남편의 상원의원 당선 3년 만에 이혼했지만, ‘공화당 혁명’을 이끈 뉴트 깅그리치와 1996년 대선에 출마한 밥 도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보수 논객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이후 그는 민주당으로 급선회한다. 2003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무소속 출마해 아널드 슈워제네거에게 맞서다 낙선했고, 2005년엔 민주당 전당대회에 초청 연사로도 등장했다.

그러다 100만 달러로 창업한 것이 허핑턴 포스트다. 그는 진보를 표방하면서 쟁쟁한 논객을 고료 없이 블로거 필진으로 끌어들여 언론 모양새를 갖춰나갔다.
지난해 AOL 아래로 들어간 허핑턴 포스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비판적 전망이 우세했다. 아리아나 허핑턴이 매각 금액 전부를 현금으로 챙긴 데 대해서도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카루스 이후 가장 높이 오른 그리스인’이라는 아리아나 허핑턴은 “1+1=11이 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아직 판단은 이르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허핑턴이란 이름은 퓰리처상으로 21세기 뉴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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