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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투표 현황 세 차례 열어봤다”

중앙일보 2012.04.21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현장투표뿐만 아니라 온라인 투표 도중에도 부정이 있었으며, 당권파인 민주노동당 출신의 ‘소스코드(source code)’ 열람 문제가 현장투표 부정 못지않게 핵심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투표 도중 소스코드를 열람하면 투표 결과를 미리 알 수 있어 투표함을 미리 개봉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온라인 투표 도중 이것을 당권파가 세 차례 열람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현장투표 이어 인터넷도 부정 의혹

 소스코드는 컴퓨터에서 특정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설계도’로,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투표 데이터가 소스코드에 그대로 나타난다.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국민참여당 출신 이청호 금정구 지역위원장(부산 금정구의원)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경선의) 서버 관리업체는 13년간 민주노동당의 서버를 담당해왔던 곳인데 ‘사무부총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소스코드를) 열어보라고 한 것으로 안다”며 “투표 기간에 소스코드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그걸 무려 세 번씩이나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스코드를 열면 지금 투표가 몇% 진행되고 있고, 어떤 후보에게 표가 가는지를 알 수 있다”며 “가령 특정 정파가 지원하는 후보가 1, 4위를 달리고 있다면 다른 지지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4위 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스코드 열람은 투표 도중에 사실상 개표 결과를 미리 점검하고 검표까지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걸 전문용어로 부정선거 의혹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소스코드 열람을 요구한 것으로 지목된 백승우 사무부총장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앞세워 당을 ‘부정선거 전문당’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의도적”이라며 “이 위원장을 당기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법적 처벌도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소스코드를 열람했다는 나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 책임과 함께 당 지역위원장, 금정구 구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일반 비례대표 경선에 앞서 치러진 청년 비례대표 인터넷 경선에서도 홈페이지 서버의 소스코드 변경 의혹이 불거져 논란을 빚었었다. 일반 비례대표 경선에선 온라인 투표에서 여성 1위를 한 국민참여당 출신 오옥만 후보가 현장투표가 끝난 뒤 9번으로 배치됐고, 역시 온라인투표에서 남성 2위를 한 노항래 후보(국민참여당 출신)는 8번으로 배정됐다가 다시 10번으로 밀렸다. 이 위원장 등 국민참여당 출신들은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계열의 윤금순·이석기 당선인을 1, 2번에 포진하기 위해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부정으로 앞 순번을 받은 이들은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으므로 전원 당선무효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은 이날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한 입장’을 내고 “5월 초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각종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고 결과에 따라 당원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 위원장의 출당과 처벌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청심원’이란 ID를 쓰는 한 당원은 “통합진보당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보수언론 아가리에 먹잇감을 처넣으니 만족스러우냐”라며 “이 위원장은 빨리 사과하라”고 했다. 반면 ID ‘진이아빠’라는 당원은 “(이 위원장이) 보수언론이 보도할 빌미를 줬다는 것과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 중 전자에 더 무게를 두는 일부 당원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나는 당내에 만연한 부조리, 당내 민주화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유야무야하지 않을 거다. 통합진보당도 채찍을 맞으면서 변화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일보의)공식 인터뷰 요청엔 응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얘기하는 것으로 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양원보·류정화 기자



◆소스코드(source code)=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그린 일종의 ‘설계도’다. 소스코드에는 프로그램 실행 과정의 데이터 전체가 저장된다. 투표 기간에 소스코드를 열어볼 경우 사실상 투표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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