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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국민 신뢰를 돌려차기한 올림픽 챔피언 문대성

중앙일보 2012.04.21 00: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정종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20일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새누리당 문대성(부산 사하갑) 당선인의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문 당선인은 결국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자진 탈당했다.



 문 당선인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체육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기도 하다. 스포츠의 가장 큰 덕목은 승리가 아닌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정당하게 싸우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는 것은 체육인의 기본 자세다. 그러나 문 당선인은 논문 표절 의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체육인으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



 그는 일단 변명에만 급급했다. 18일 탈당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때 그의 박사 논문이 오자(誤字)까지 다른 논문을 베꼈다는 지적에 대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예요?”라고 답했다. 사실상 표절을 시인한 셈이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베낀 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한다는 뜻도 된다. 체육인들에게도 큰 모욕감을 준 것이다.



 ‘물귀신 작전’도 펼쳤다. 이 역시 페어플레이와는 거리가 멀다. 문 당선인은 기자들에게 “제 논문이 표절이라고 말하는데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의 논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그것과 제 건이 별개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식의 투정으로 들린다. 그의 말대로 정 의원이 표절을 했다면 큰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것과 문 당선인의 표절 문제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다.



 문 당선인은 정치인이 되기 전 태권도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사람들은 아직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80㎏ 이상급 결승전을 기억한다. 문 당선인은 그리스의 태권도 스타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를 왼발 뒤후려차기로 넉다운시키며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그는 정신을 차린 니콜라이디스에게 먼저 다가가 위로를 건네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난 정치로서 감동을 주고 체육계에 발전·변화하는 정치의 모습을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는 바람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문 당선인이 탈당을 결심한 후 낸 보도자료의 일부다. 한 문장에 ‘정치’라는 단어가 세 차례 나온다. 그의 머릿속에 온통 ‘정치’만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공정하게 싸우고, 잘못이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는 페어플레이 정신. 국민들이 체육계를 대표한 문대성 당선인에게 기대했던 정치인의 모습은 그런 것이었을 텐데 말이다.



정종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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