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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침술로 마음까지 고친 의인, 사암을 만나보자

중앙일보 2012.04.21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침객1·2·3

박광수 지음, 정신세계사

각 권 360쪽 내외

각 권 1만3000원




몸이 병들면 마음이 병든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마음이 아플 때, 병이 몸에 스며든다. 의인(醫人)이 의인(義人)인 것은 그래서다. 참된 의술이란, 인간의 마음을 다스려 몸의 질병을 뿌리뽑는 의로운 행위다.



 그러나 의인(義人)인 의인(醫人)은 드물다. 의술이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에선 더욱 그렇다. 조선 시대엔 더러 있었다. 『동의보감』의 허준, 『사상의학』의 이제마는 제법 알려진 의성(醫聖)이다. 그런데 여태껏 잘 알려지지 않은 의성이 있다. 조선 침술을 집대성한 사암도인(舍巖道人)이다.



 사암도인에 대해선 행적은 물론, 본명과 생몰 연도조차 알려진 게 없다. 『침구요결(鍼灸要訣)』이라는 의서(醫書)만 전해온다. 그러므로 사암도인의 생애를 다룬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되, 대부분 허구다. 『침구요결』의 의학적·사상적 가치에 기반해 꾸며낸 이야기다.



 소설은 사암도인을 ‘대동세계(유가의 이상 세계)’를 꿈꾸다 역모로 몰려 참수당한 정여립(1546~89)의 외손자로 설정했다. 사암은 가족의 비극을 통해 대동사상을 물려받는다. 어린 시절 임진왜란을 겪으며 목격한 백성들의 고통은 그의 인간애를 자극했고, 의술로 세상을 바꾸고자 한양으로 향한다.



 사암은 선승(禪僧) 사명당과 지리산 도인 청운거사의 제자로 의술을 익히게 된다. 특히 탄탄한 침술을 기반으로 광해군의 총애를 받으며 왕실에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그의 개혁 의지가 조정에 의해 꺾이고, 사암은 굶주린 백성 곁으로 돌아온다.



 민초의 한 가운데서 사암은 비로소 대동세계의 진리를 깨닫는다. 민중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생명존중의 정신이 깃들 때, 대동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서 사암은 자신을 “침이나 놓고 다니는 떠돌이”라 칭하며 기꺼이 침객(針客)이 되기로 결심한다.



 소설에는 사암의 의술이 마음에 기반한 것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예컨대 사암은 자궁에 혹이 생긴 여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궁은 남편을 받아들이는 곳입니다. 그런데 남편을 미워하니 자궁에 스스로 혹을 만드신 겁니다. 용서하세요. 그것만이 살 길입니다.”



 몸이 병들었는가, 혹은 마음이 아프신가. ‘침객’ 사암도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혹 당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릴 비의(秘醫)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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