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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청년들이여, 한 걸음 물러서 세상을 보자

중앙일보 2012.04.21 00:00 종합 41면 지면보기
조수영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19대 총선의 수확 중 하나가 ‘청년층의 발견’이었다.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는 여러 시도가 그 증거다. 자신의 투표 참여를 자랑하기 위해 투표소 앞에서 삼삼오오 인증샷을 찍는 풍경은 이젠 낯설지 않다. 인증샷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고 또래에게 투표를 독려하기도 한다. 청춘들이 발산한 민주주의의 꽃향기는 아직 은은한 수준이었지만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라 가능성은 무한하다.



 하지만 만개를 위한 주변 환경은 썩 긍정적이지 않다. 편향된 흐름을 보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무분별한 논쟁을 벌이는 대안언론이 그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사실무근의 낭설과 의혹 제기는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역할론에 의문이 제기될 즈음엔 다시 사실무근 음모론으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한다. 이번 선거가 있기 며칠 전 천안함 폭침 모의실험 데이터가 조작됐다며 과학자의 양심조차 한순간에 매도해 버리는 잔인함도 드러냈다. 분노와 불신으로 충혈된 눈에서 올바르고 이성적인 가치 판단은 불가능하다. SNS가 집단지성의 장이 되려면 합리를 모색하는 ‘혜안의 존재’가 대전제가 돼야 한다.



 대안매체는 그동안 정치에 관심 없던 청년들에겐 ‘속성과외’에 가깝다. 우선 명쾌하다. 농담 뒤섞인 몇십 분 사이에 누군가 갑자기 나서 복잡한 현실정치를 쾌도난마로 풀어낸다. 재미도 있다. 권력층을 향한 자극적인 몇 마디와 왁자지껄함엔 지루함이 없다. 하지만 ‘족집게 과외’ ‘속성과외’의 큰 맹점은 시간에 쫓긴 나머지 심도 있는 이해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점이다. 일단 시간이 촉박하니 가르치는 사람은 지식을 있는 대로 퍼붓고 학습자는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에 급급하다.



 뭘 먹든 충분히 씹어야 소화하기도 편하다. 제대로 씹지 않고 성급히 섭취했다간 체증만 유발한다. 청년세대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는 음식을 씹는 기능과 같다. 자신의 판단이 지나치게 편향되지 않는지 특정매체의 정보가 사실에 근거했는지 끊임없는 자문과 비판을 거쳐야만 건전한 사고가 형성된다. 무차별 폭로전과 오도된 여론에 휘둘려 나타나는 사회적 체증인 갈등과 반목요소도 줄어든다. 자칫 낭비될 수 있는 사회적 에너지가 그만큼 절약되는 것이다.



 특정 여론, 또는 매체 편식증은 정치적 자아를 형성해 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악이다. 극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단 세상을 보는 두 개의 렌즈를 준비하자. 특정사안이 부풀려져 얘기되고 있다면 오목렌즈를 꺼내자. 반대로 축소·은폐되고 있다면 볼록렌즈를 꺼내 보자. 우리가 흔히 아는 망원경은 이 두 렌즈의 조합이다. 물론 만들기란 쉽지 않다. 거리를 조절해 잘 결합해야 한다. 드디어 적절한 균형을 찾으면 세상과 시대가 보인다. 더욱 넓게 그리고 멀리. 청년들이여, 이제 시야 확보를 위해 한 걸음만 뒤로 물러서 보자.



조수영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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