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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도망가지마, 치열하게 너의 ‘시간’을 움켜쥐어야 해

중앙일보 2012.04.21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지음, 자음과 모음

268쪽, 1만1000원




제대로 한 방 맞은 느낌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글의 연장선상에 있겠지 하고 책을 들었다가 만만치 않은 밀도와 내공에 이내 빠져들었다. 추리소설 기법을 활용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러 사건을 무리 없이 엮고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고 할까.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제목 ‘시간을 파는 상점’은 주인공인 온조가 인터넷에 문을 연 상점 이름이다. 시간의 신인 ‘크노소스’라는 닉네임을 쓰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온조는 손님의 의뢰사항을 해결해주고 돈을 받는다.



 손님의 의뢰사항은 다양하다. 교실에서 발생한 분실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부터 죽은 유치원 선생님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말린 꽃과 편지를 전해주는 ‘천국의 우편배달부’까지….



 이 사건들을 관통하는 것은 시간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패러데이의 말처럼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이며,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다. 관념적이면서도 물리적이기도 한 시간 속에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 슬픔은 뒤엉켜 있다.



 유예된 시간을, 다가올 시간을 팔면서 온조는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슬픔을 치유하게 된다. 그 과정 속에 “삶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전쟁 같다. 그 치열함의 무늬가 결국 삶”이라는 깨달음도 얻는다.



 우리는 늘 새로운 시간과 마주한다. 비록 그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그 시간을 건너가려면 피해서도 희망을 잃어서도 안 된다. 시간을 잡는 것도 시간의 색깔을 바꾸는 것도 모두 우리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작가가 전하고 싶은 것은 책의 말미에 있는 온조의 말에 담긴 듯했다. “시간은 ‘지금’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이 순간을 또 다른 어딘가로 안내해준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그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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