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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내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 … 올랑드 다 된 것 같지만 뚜껑 열기 전엔 알 수 없는 게 민심

중앙일보 2012.04.21 00:00 종합 4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맞아, ‘살롱 드 퐁파두르(Salon de Pompadour)’에서였어.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을 만난 건. 1993년 9월이었지. 며칠 후 그는 한국에 가기로 돼 있었어. 한국 정부가 고속전철 기종을 프랑스의 TGV로 결정한 데 대한 답례성 방한이었지. 서울행을 앞두고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곳이 살롱 드 퐁파두르였던 거야.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후작 부인이 거처하던 방.



 미테랑은 온화하게 늙은 노인의 인상이었어. 왠지 지쳐 보이기도 했고. 81년 프랑스 5공화국 사상 최초의 사회당 출신 대통령으로 당선돼 엘리제궁에 입성한 지 12년째 되던 해였으니 그럴 만도 해.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도 있으니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때 엘리제궁 한쪽에는 그의 정부(情婦)였던 마담 팽조와 숨겨둔 딸이 거처하는 공간도 있었다고 해. 아무튼 그날 미테랑은 외규장각 도서 반환 의사를 처음으로 밝혀 우리를 흥분시켰지.



 엘리제궁 주인이 다음달 바뀔 가능성이 커. 롤렉스 금장시계를 차고, 키 높이 구두를 신은 ‘블링블링’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재선이 아무래도 어려워 보여. 내일 있을 1차 투표는 통과하겠지만 2주 후에 있을 결선투표가 문제야. 지금 여론조사로는 결선투표에서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에게 10% 이상 표차로 지는 것으로 돼 있어. 그렇게 되면 미테랑을 모델로 정치에 입문한 올랑드가 좌파 출신으로 두 번째 엘리제궁 주인이 되는 거지.



 사르코지는 공화국의 대통령을 절대왕정의 군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사치스럽고 독선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민심을 잃었어. 운도 없었어. 개혁가로 출발했지만 소방수 노릇만 하다 말았지. 프랑스는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어. 지난해 무역적자만 700억 유로야.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국가신용등급 ‘트리플 A’ 지위마저 박탈당했지. 지금은 완전히 독일에 끌려가는 신세야.



 ‘캐비아 좌파’ 소리를 듣는 올랑드가 되면 나아질까. 글쎄. 최고 소득세율을 75%로 올리겠다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 부자들보고 프랑스를 떠나라는 소리니까. 지도자 한 명 바꿔서 해결하기엔 프랑스가 앓고 있는 병이 너무 깊어.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이 없어. 적당히 시간 때우면서 국가의 혜택이나 보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회 모델 자체를 바꾸기 전엔 ‘프랑스병’은 치유가 힘들다고 봐.



 사실 올랑드가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지. 그가 뉴욕 호텔에서 이상한 짓만 하지 않았어도 올랑드는 킹 메이커로 만족해야 했을 테니까. 역시 알 수 없는 게 세상 일이야. 투표 결과도 그래. 지금은 올랑드가 다 된 것 같지만 뚜껑을 열기 전엔 알 수 없는 게 선거야. 앞으로 2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어.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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