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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식탐→죄의식→구토 … 우울증 동반한 폭식증

중앙일보 2012.04.16 05:00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박태균 기자
가수 화요비는 지난해 “맨 쌀밥을 잔뜩 먹을 만큼 폭식증·우울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털어놨다.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조하랑은 지난해 자신의 트위터에 “왕따 때문에 폭식증·대인기피·실어증이 오고 아침에 눈 뜨는 걸 저주했다”고 올렸다.



 이들 연예인이 공통으로 앓은 병은 폭식증과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여성에게 흔한 ‘마음의 감기’다. 폭식증은 과거엔 ‘서구의 젊은 여대생이나 직업 모델’에게나 발병하는 ‘강 건너 불’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는 폭식증 환자가 국내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과거 5년간 해마다 7%씩 늘어나 지난해엔 2200여 명에 달했다는 것이다.



 폭식증의 영문명은 ‘불리미아’(bulimia)다. 소(bull)처럼 먹는다는 뜻이다. ‘bull’이 수소를 의미하는 것과는 달리 여성이 주로 걸리는 병이다. 복지부 통계에서도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의 18배에 달했다. 환자의 절반가량은 20대 젊은 여성이었다.



 이 병이 젊은 여성에게 잦은 것은 가냘픔·날씬함을 여성미의 첫째 조건으로 마른 체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남성은 술·담배에 주로 의존하는 데 반해 여성은 음식 섭취를 통해 이를 해소한다.



 폭식증은 흔히 거식증(拒食症)으로 불리는 신경성 식욕부진(anorexia nervosa)과는 다른 병이다. 폭식증은 ‘거식증의 속편(續篇)’으로도 통한다. 폭식증 환자의 상당수가 거식증을 먼저 경험하기 때문이다. 폭식증과 거식증 환자는 닮은 데가 많다. 둘 다 비만이 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한다. 체중을 줄이려는 욕구가 강하며 완벽주의자가 많다는 것도 공통된다.



 그러나 거식증 환자는 대부분 사춘기 소녀이고 성격도 내성적인 데 반해 폭식증은 20대 초반의 연령대에서 자주 나타나며 성격이 외향적인 사람도 의외로 많다.



 폭식증의 주된 증상은 폭식과 구토다. 대개 심한 복통을 느끼거나 다른 사람이 제지한 뒤에야 폭식을 멈춘다. 이때부터 이들은 자신을 질책하고 혐오하기 시작한다. 음식을 다시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억지로 토하거나 구토제를 복용한다. 운동량을 극도로 늘리며 단식도 불사한다.



 일반적으로 폭식(두 시간 이내)→죄의식→보상 행동(구토·단식 등)으로 이어지는 식사 장애를 주 2회 이상, 3주간 계속하면 폭식증 진단이 내려진다.



 폭식증은 여성의 생리주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폭식증과 거식증 등 식사 장애가 있는 여성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거식증 여성의 80%, 폭식증 여성의 36%가 3개월 이상 생리가 없는 ‘속발성 무월경’을 경험했다. 『국제식사장애지 2007년 7월』 또 반복적인 구토는 위와 식도를 손상시킨다. 잇몸이 상하고 구토물이 폐에 들어가면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토근시럽 등 구토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심장이 망가질 수 있다.



  폭식증 환자는 외견상 건강해 보인다. 체중도 대개 정상이다. 완벽주의자, 성공 가능성이 큰 사람으로 비치지만 내면을 캐면 자신감이 결여되고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이 많다. 폭식증이 우울증을 동반하는 것도 이래서다.



 폭식증은 약과 인지행동 치료가 가능하다. 폭식과 보상행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조절하고 체중과 음식, 자아상의 왜곡을 교정하는 것이 인지치료의 핵심이다.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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