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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가 온몸으로 … 숲길 걸으며 ‘건강 샤워’

중앙일보 2012.04.16 05:00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봄을 맞아 ‘숲길 걷기’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인터넷에선 동호회 모임들이 기지개를 켠다. 숲길 걷기가 주는 건강 이점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숲은 ‘명의’다.


숲길, 어디서 어떻게 걸을까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음이온 등은 전신을 이롭게 한다.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혈압과 심장박동이 안정을 찾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걷기는 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성인병으로 이어지는 대사증후군을 예방한다. 등산이나 달리기처럼 과격하지 않아 성인병 환자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1 숲은 녹색의사로 불린다. 피톤치드·음이온 등 건강에 이로운 물질이 가득하다. 숲길을 자주 걸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도 잘 관리할 수 있다. [중앙포토]




이렇게 두 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얻는 것이 ‘숲길 걷기’다. 숲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우울증·고혈압·스트레스·아토피피부염·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질환을 개선하는 것이다. 고려대 통합의학센터 이성재 센터장은 “숲길 걷기는 오감을 자극하고, 근골격·심장·호흡기·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이 오래전부터 숲길 조성에 나선 이유다. 국내에서도 산림청이 숲길을 늘리고 있다. 상지대 관광학부 유기준 교수는 “숲길 걷기는 육체·정신·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도보 휴양활동”이라고 말했다.



산림청, 지리산·한라산 둘레길 등 730km 조성



산림청에 따르면 숲길은 등산·트레킹·휴양·치유 활동을 위해 산림에 조성한 길을 일컫는다. 숲길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산림청 숲길정책팀 송영림 주무관은 “등산로, 트레킹길(둘레길과 트레일), 레저스포츠길, 탐방로, 휴양·치유숲길이 있다”고 말했다. 트레킹길 중 둘레길은 길의 시작점과 끝점이 도넛처럼 연결된 길이다. 트레일은 시작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다.



 유기준 교수는 “미국·영국·일본·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1900년대 중반부터 숲길에 주목하고 조성사업을 펼쳤다”고 말했다. 국가별로 3만~18만㎞의 숲길을 꾸몄다. 연간 이용자는 1000만~6000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도 숲길이 늘었다. 산림청은 2007년부터 둘레길·트레일 등을 조성하고 있다. 2011년까지 지리산 둘레길(전북), 금강소나무 숲길(경북), 둔·가리 약수숲길(강원), 한라산 둘레길(제주), 서울 둘레길(서울), 무장애 숲길(부산) 등 약 730㎞를 조성했다. 산림청 산림이용국 전범권 국장은 “등산로를 포함한 숲길이 수 조원에 달하는 국민 의료비를 절감하고 있다”며 “산림청은 2021년까지 전국에 8344㎞의 건강 숲길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기존 등산로를 정비하고, 휴양·치유 숲길을 확대한다.



2 지리산둘레길의 모습.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친 5구간에 약 70km가 조성돼 있다. [중앙포토]




피톤치드, 편백·구상나무 등 침엽수에 많아



숲길을 걸으면 ‘건강 샤워’를 하는 셈이다. 숲에 들어가면 향긋한 냄새가 코를 파고든다. 나무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다. 충북대 산림과 신원섭 교수는 “피톤치드는 항균·항산화·항염증 작용을 한다”며 “말초혈관과 심폐기능을 강화해 천식과 폐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편백나무·구상나무·삼나무 같은 침엽수에 많다.



 물이 부서지는 숲의 계곡에는 음이온이 방출된다. 신체적·정서적 이완 효과가 있다. 음이온은 심리가 안정될 때 뇌에서 나오는 알파(α)파를 증가시킨다. 나뭇잎·계곡물·새소리에는 리듬이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신경을 안정시킨다.



 숲의 산소는 도시보다 2% 높아 신체활동을 깨운다. 미세먼지도 최대 수천 배 적다. 걷기에 최적의 장소다.



 일본 지바대 연구팀은 2009년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숲과 도시가 각각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도시에 거주하는 참가자들은 15분간 숲에서 산책했다. 이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혈압·심장박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모든 수치가 숲에 있을 때 낮았다. 확장기 혈압은 도시에서 85㎜Hg였고, 숲에선 75㎜Hg로 떨어졌다. 코르티솔 농도도 0.6~0.8㎍/dL에서 0.2~0.3㎍/dL로 낮았다.



 국내에서도 산림과학원, 대학병원 등에서 숲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많다. 고혈압 환자는 도시에서 걷는 것보다 숲에서 거닐 때 혈압 관리가 잘 됐다. 평균 수축기 혈압이 128㎜Hg이었는데 숲을 거닌 후 119㎜Hg로 떨어졌다. 도시에선 125㎜Hg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국립산림과학원).



 우울증 환자는 병원보다 숲에서 심리치료를 진행했을 때 결과가 좋았다. 환자의 우울증 수치가 23.70에서 숲 치유 4주 후 11.83으로 떨어졌다. 병원에서는 20.32였다(국립산림과학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숲은 소아청소년의 정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숲 치유 프로그램을 받은 ADHD 아동과 어머니는 우울증·불안증 수치가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한국녹색문화재단, 한양대병원).





낮 12시부터 2시간 걸었을 때 효과 좋아



숲길 걷기의 건강 효과를 만끽하는 방법이 있다. 옷은 공기가 잘 통하고 몸에 꽉 끼지 않는 면 소재를 입는다. 운동화는 창이 미끄럽지 않는 것을 신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는 “걷기는 속도보다 지속 시간이 중요하다”며 “한 번에 45분 정도, 거리는 약 3㎞를 주 3회 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 번 숲길을 찾으면 2시간 정도 걷는다.



 나무의 피톤치드 발산이 가장 많은 계절은 봄과 여름이다. 시간대는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가장 많은 피톤치드가 나온다. 나무를 향해 심호흡을 해 피톤치드 흡입량을 늘린다. 걸으며 숲을 둘러보면 눈의 피로를 풀 수 있다. 음이온이 많이 발생하는 계곡이나 폭포가 나타나면 잠시 머문다.



 산림청 산림문화휴양과 권태원 사무관은 “산림을 보건·휴양·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관련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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