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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감기 환자에겐 황사 더 치명적” 실험으로 확인

중앙일보 2012.04.16 05:00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봄이면 어김없이 황사가 불어온다. 특히 이맘때쯤이면 대기 오염이 심해 기관지염·천식·비염·감기 등 각종 호흡기질환자가 급증한다.



 최근 국내에서 호흡기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 성과들이 발표됐다. 연세대의대 윤주헌(이비인후과)·주정희(생체방어연구센터) 교수팀과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배윤수 교수팀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가라앉히는 핵심 효소를 밝혀냈다.



 호흡기질환은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이 코·입 등 호흡기 점막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이때 염증이 과도하게 생기면서 콧물이 나고, 재채기도 생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코 점막 상피세포에서 세균을 인식하는 ‘TLRs’라는 단백질이 활성화되면 듀옥스(Duox2)라는 효소에 의해 ‘활성산소종(ROS)’이 생긴다. 이 활성산소종은 적은 양이 발생할 때는 중요한 신체 전달물질로서 가치가 있지만 많은 양이 발생할 때는 세포에 독성물질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여기서 듀옥스라는 효소 발현을 억제하면 활성산소종의 생성이 감소하고 염증 반응도 현저히 낮아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윤주헌 교수는 “코 점막 상피세포에서 활성산소종의 생성을 조절해 염증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연구”라며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학술지 『ARS』지에 게재됐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팀은 황사와 감기와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 교수팀은 한쪽 코 점막 상피세포에는 황사 성분을, 다른 쪽에는 리노바이러스(감기바이러스)를, 나머지 한쪽에는 두 개를 동시 투여한 다음 상피세포에서 IFN, IL-1β, IL-6, IL-8가 얼마나 분비되는지 측정했다. 이들은 염증매개물질로 많이 분비될수록 환자의 감기 증상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 리노바이러스 세포는 IFN, IL-1β, IL-6, IL-8 분비를 증가시켰다. 하지만 황사만 처리됐던 세포에서도 IFN, IL-1β, IL-6, IL-8과 같은 염증 매개물질이 비슷한 정도로 증가됐다. 리노바이러스와 황사 동시 투여군에서 염증매개물질의 분비가 가장 많았다. 이는 감기에 걸리지 않고 황사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감기와 유사한 정도의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감기환자가 황사에 노출되면 증상이 심해질 뿐 아니라 회복도 매우 더디다는 사실도 규명됐다. 이 연구는 환경 및 대기오염 분야의 세계적 저널 『흡입독성학(Inhalation toxicology)』에 게재됐다. 장용주 교수는 “이번 실험은 감기와 황사의 관계를 밝힌 세계 최초의 연구”라며 “황사가 호흡기 건강을 해치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두 연구는 모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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