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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그들만의 열광 … 김용민 낙선은 SNS 패배?

중앙일보 2012.04.16 00:00 종합 12면 지면보기
트위터의 패배일까.


총선서 고개든 SNS 한계론

 이달 초 불거진 김용민(38)씨의 과거 여성·노인·기독교 비하 발언에도 불구하고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그를 지지하는 발언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는 총선 결과 44.2%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이노근(50.1%) 후보에게 패했다. SNS 여론과 총선 결과가 어긋난 것이다. 이원재 KAIST(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트위터 메시지는 고정 지지층에겐 잘 퍼진다. 하지만 부동층이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겐 영향이 크지 않다”며 “SNS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SNS가 선거 판세를 바꿨다’는 기존 분석 틀을 뒤집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전형적인 ‘그룹싱크’(group think)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트위터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만 소통하다 보니 그 의견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착각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비슷한 메시지에 반복 노출되면 착시 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결국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끼리 트위터란 ‘섬’에 갇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신문방송학) 교수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SNS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판 ‘침묵의 나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변에 나와 같은 의견이 없다고 판단하면 더 침묵한다는 것이다. 송경재 경희대(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나꼼수’를 즐겨 듣지만 김씨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SNS에선 침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문·방송 등 기존 미디어의 의제 설정력이 여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은영 서강대(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네티즌도 장기적으론 매체 자체의 매력보다 콘텐트가 얼마나 양질이냐에 끌린다”며 “끊임없이 콘텐트를 만들어 이슈화한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동훈 광운대(미디어학) 교수는 “SNS는 빠른 속도로 이슈를 전하는 능력은 있지만 이슈를 만드는 능력은 기존 미디어에 크게 뒤진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SNS 패배론’은 성급=총선 사례를 두고 SNS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덕진 서울대(사회학) 교수는 “이번 선거는 ‘트위터의 패배’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로 봐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원재 교수는 “후보 숫자가 적고 이슈가 한정된 대선에선 SNS의 영향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선 SNS 선거 전략을 재고하는 등 변화 조짐이 보인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전략기획위원장은 “SNS의 위력과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SNS 여론에 경도돼 선거 전략을 꾸리면 부작용이 날 수 있다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김기환·하선영 기자



◆그룹싱크=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만 소통한 결과, 견해를 더 극단으로 발전시켜 그 의견이 전부인 것처럼 판단하는 오류. ‘집단사고’의 오류라고도 한다. 어빙 재니스 예일대(심리학) 교수가 1970년대 초 고안했다. 베트남전과 쿠바 피그만 침공 실패가 미 행정부의 대표적 그룹싱크 사례로 꼽힌다.



‘나꼼수’ 김용민씨 이력과 총선 전후 막말 논란



- 1998~2000년 : 극동방송 PD



- 2001년 : 기독교TV PD로 일하다 해고



- 2003년 : 시사평론가로 전업



- 2004년 10월 ~ 2005년 1월 : 성인방송 ‘김구라·한이의 플러스18’ PD·진행



- 2009년 : 한겨레TV ‘김어준의 뉴욕 타임즈’ 출연



- 2011년 4월 : 김어준(44)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39) 시사IN 기자, 정봉주(52) 전 민주당 의원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1회 시작



- 2012년 3월 : 민주통합당 입당, 총선(서울 노원갑) 출마



- 4월 1일 : 여성·노인·기독교 비하 막말 논란



- 7일 : “잘못했지만 끝까지 가겠다”며 완주 의사



- 11일 : 44.2% 득표해 이노근(50.1%·새누리당) 당선자에게 패배, 트위터에 “역사 진전에 기여 못해 사죄” 낙마 인사



- 13일 : 트위터에 언론 보도 해명



- 15일 : 트위터에 “낙선자의 근신은 끝났다! 국민욕쟁이 행동개시!”라며 활동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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