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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쓰고, 물동이 이고 … 옛 생활 다시 살린 하회마을 주민들

중앙일보 2012.04.16 00:00 종합 18면 지면보기
하회마을에서 여성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는 체험을 선보이고 있다. [안동=프리랜서 공정식]
“다다닥… 다다닥….”



 15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장금숙(59·여·강원도 원주시)씨는 익숙한 다듬이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장씨는 “할머니들이 직접 다듬이질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소리가 맑고 예쁘다”며 눈을 떼지 못했다. 다듬이질은 주민 권금순(80)·임춘기(79) 할머니가 하동고택에서 능숙한 솜씨로 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두 어른이 보였다. 주민 류시달(69)·류시정(68)씨가 마을을 둘러보며 산책하는 ‘마실 가기’를 재현했다. 때마침 단체관광을 온 이스라엘 카니나(72·여)는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민속마을에서 양반 후손들을 만나니 덩달아 양반이 된 기분”이라며 “한국 스타일의 과거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우물터에서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러 물동이를 머리에 인 두 할머니가 조심스레 발걸음을 뗐다. 마을 중년들은 부용대 앞 나루터에서 양동이에 물을 담아 출렁거리며 물지게를 져 날랐다. 이날 벚꽃까지 만발한 하회마을에는 6000여 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붐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이 달라지고 있다. 안동시와 하회마을보존회는 올 10월까지 주말마다 주민 70여 명이 돌아가며 옛 생활상을 재현한다. 주민 스스로 선비마을의 정신을 잇고 방문객도 유치하자는 뜻에서다. 수려한 경관과 대대로 살아온 한옥을 제외하면 명성에 비해 볼거리가 없다는 비판도 자극제가 됐다. 민속마을 주민이 나서 옛 생활상을 재현하는 것은 처음이다. 주민들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상두꾼 18명에 상주 3명, 만장 5명, 선소리꾼 1명 등 30명이 참여하는 상여 행렬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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