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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제로 … 함양·완도, 아이디어의 힘

중앙일보 2012.04.16 00:00 종합 19면 지면보기
10일 오전 부지 조성 공사 중인 함양산업단지(수동면 원평리)에선 굴착기가 암반을 깨느라 굉음을 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여기저기에서 공장 건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남 함양군은 이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 2005~2007년 주민 땅 5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동시에 수십 차례 협의 끝에 인근에서 유리섬유 생산공장을 운영하던 한국화이바㈜를 유치했다. 민간업체에 부지 매입을 맡기는 다른 자치단체와 달리 책임지고 부지 매입을 해주고 한국화이바가 2037억원을 들여 부지 조성과 분양을 책임지는 조건이었다. 부지는 수수료·지가상승분을 감안한 67억원을 받고 한국화이바에 되팔았다. 산업단지여서 진입로·폐수종말처리장도 국비로 건설된다. 함양군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산업단지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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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가 심각한 재정위기에 몰리고 있는 가운데 경남 함양군이 ‘부채 제로(0) 경영’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함양은 2008년 8000만원이던 부채를 모두 갚아 5년째 빚이 없다. 전남 완도군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마지막으로 3억5000만원을 갚아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두 자치단체는 인구·기업 등 세금 수입원이 적어 재정 사정이 열악하다. 그렇다고 지역개발·주민숙원 사업을 게을리하지는 않는다. 의외로 비결은 간단했다. 반짝이는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첫째 아이디어는 적극적인 민자 유치였다. 함양군은 휴천일반산업단지를 함양제강의 민자 4000억원을 유치해 다음 달 착공한다. 54홀 골프장·수영장 등을 갖출 다곡리조트, 18홀 골프장과 골프텔이 들어설 함양리조트도 민자로 건설한다.



 정부 공모사업 등을 통한 국비 확보도 비결이다. 함양군은 지난해 이후 농촌종합개발사업·숲 조성 같은 정부 공모사업만으로 174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경남의 10개 군 지역 가운데 최대 액수다. 완도군도 국비 확보에 적극적이다. 농촌종합개발사업에 응모해 2007년부터 5년 연속 선정되면서 372억원(국비 70%)을 확보했다. 두 군이 중앙부처 인맥을 활용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등 공모사업에 노력한 결과다. 정부에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예산을 따오기도 한다. 완도군은 2006년 ‘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제시해 15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해양생물연구교육센터 ·해조류연구센터를 완공한 데 이어 전복연구센터와 해조류 스파랜드를 건립 중이다.



 세수 확보와 경비 절감은 기본이다. 함양군은 자동차세를 늘리기 위해 7개 리스 차량회사의 지점을 유치했다. 낭비를 줄여 올해 비용 15억원을 줄인다. 완도군은 30여 년 된 청사가 낡고 비좁지만 층수를 높이고 리모델링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두 지역은 이처럼 선심성·치적 쌓기 사업 등은 자제하고 꼭 필요한 사업만 벌인 결과 부채 제로 자치단체가 됐다. 최완식 함양군수는 “지역개발, 주민 숙원에 소홀했다면 주민들이 가만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빚을 내 원금·이자를 갚다 보면 가용재원이 더 적어지기 때문에 빚을 내야 할 사업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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