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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 대장님, 엄홍길

중앙일보 2012.04.16 00:00 종합 20면 지면보기
14일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에 오른 엄홍길(52) 대장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겠지만 그걸 참고 올라오니 이런 성취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오종택 기자]


“파이팅! 아자아자!”

백운대 간 엄홍길 등반교실
힘들어 죽겠다던 아이들
정상에 서서 “우와, 해냈다”



 토요일이었던 14일 오전. 북한산 초입인 서울 우이동 도선사 앞에서 중학생 50여 명이 우렁찬 외침과 함께 등반을 시작했다. 선두에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6좌 등정에 성공한 엄홍길(52) 대장이 서 있었다. 강북구청과 엄홍길 휴먼재단·성북교육지원청이 주5일제 수업 시행을 맞아 매달 둘째 주 토요일 갖기로 한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반교실’의 첫 수업날이다. 엄 대장은 “토요일에도 학원에 가거나 집에서 게임만 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목표는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837m)였다.



 “힘들어 죽겠어요.” “대장님 다시 내려가면 안 되나요.”



 학생들은 출발한 지 30분도 안 돼 하나둘씩 주저앉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느라 운동량이 부족했던 탓이다. 공부라면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이효정(서울 성암여중 2)양은 “운동도 잘하고 싶은데 체력이 안 따라준다”며 헐떡거렸다. 경사가 가파르기로 악명 높은 ‘깔딱고개’를 오르던 홍인표(서라벌중 2)군에게 “괜찮으냐”고 묻자 “매일 3시간씩 학원에서 공부만하다 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손사래를 쳤다. 학생들은 중간중간 넓은 공터가 나올 때마다 쉬어갔다. 학생들에겐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산을 오르는 엄 대장이 신기하기만 했다.



 “(북한산 인수봉 절벽을 가리키며) 대장님은 저런 절벽쯤은 맨손으로도 오를 수 있겠죠.”



 “에이, 맨손으로는 못 오르지.”



 에베레스트 등정이 꿈인 김병진(신일중 1)군의 질문에 엄 대장은 “나도 너희와 똑같은 사람”이라며 웃었다. 통상 1시간30분이면 오를 거리를 점심도 거른 채 2시간을 올라서야 백운대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기진맥진한 탓에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등에는 땀이 흥건했다. 그래도 얼굴엔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가득해 보였다. 엄 대장은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포기하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겠지만 참고 올라오니 이런 성취감이 기다리고 있지 않으냐”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김승준(수송중 2)군은 “고소공포증 같은 게 있어서 그동안 불암산(510m)에 올라본 게 고작이었는데 오늘 신기록을 세웠다”며 좋아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강북구 내 10개 중학교에서 희망자를 받아 마련됐다. 11월까지 학기 중엔 매달 한 번씩 엄 대장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방학 때는 1박2일 캠프도 떠날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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