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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을 말한다] 가톨릭대 박영식 총장

중앙일보 2012.04.16 00:00 종합 22면 지면보기


박영식(58) 가톨릭대 총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신부이자 성서학자인 그를 인터뷰하면서 ‘엄숙’이란 단어가 맴돌았지만 기우였다. 박 총장은 “대학 개혁은 콘텐트, 즉 전공 파괴에서 나와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어 “전공 융·복합으로 콘텐트를 차별화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메디 클러스터(Medi-Cluster, 의·생명공학)’와 ‘디지털문화콘텐트(인문사회계열)’를 주력 브랜드로 꼽았다. 2009년 취임한 그는 4대 정부 국책사업을 따내 ‘그랜드 슬램 총장’으로도 불린다. 잘 가르치는 대학(ACE·2010), 대학교육역량 강화사업(2008~2011), 입학사정관제 선도대학(2009~2011)에 이어 올해 ‘산학협력 선도대학’에 뽑혔다. 12일 경기도 부천시 역곡동 성심교정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전공 파괴해야 10년 뒤에도 살아남는다



 -1995년 성심여대와 통합했지만 여전히 의대부터 떠오른다.



 “교정부터 소개하자. 인문·사회·자연·공학계열과 약대가 있는 성심교정과 의학·간호계열의 서울 반포 성의교정, 신학계열의 서울 혜화동 성신교정 3개가 있다. 지난해 첫 신입생을 뽑은 약대는 성심교정 발전의 상징이다. 약대 교수들이 쓴 논문이 과학인용색인(SCI)만 907편이다. 생명공학과 자연과학계열 전공 등을 묶어 성심교정을 ‘바이오 팜(Bio-Pharm)’으로 키울 것이다. 전국 8개 가톨릭병원을 통해 신약 임상도 할 수 있다. 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허브가 될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전공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



 “인문·사회계열도 특성화하겠다. 단일 전공만으론 생존 못한다. 볼펜 한 자루는 얼마나 많은 지식의 복합체인가. 바로 융·복합이다. 융·복합 전공과 트랙을 시행 중이다. 국문·종교·행정학과 학생에게 ‘스토리텔링’ 전공, 철학·경영·경제·영문·중문학을 묶어 ‘비즈니스 리더’ 융·복합 전공을 이수토록 하는 게 대표적 예다. 음악·철학·사회학·문화콘텐트 학생을 모아 ‘문화예술경영전문가’ 전공을 배우게 하고 있다.”



 -인문학 분야 의 산학협력이 어색해 보이는데.



 “처음엔 교수들도 ‘이공계도 아닌데 어떻게 하느냐’며 말리더라(웃음). 그래도 ‘가자’고 했다. 어느 회사가 이공계 출신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나. 기술만으로 제품이 나오는 건 아니다. 인문·사회계열도 기여할 부분이 많다. 그걸 가르치면 된다.”



 박 총장은 대학 행정 경험이 적다. 하지만 그는 약대 유치 등 주요 사업에 리더십을 발휘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모셨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김 추기경의 비서로 3년여를 일했다. 추기경이 교구 살림을 많이 맡겨 자연스레 행정을 배웠다는 것이다.



 -교수들에게 ‘잘 가르치라’고 독려한다는 말을 들었다.



 “연구는 교수 본연의 임무이고, 잘 가르쳐야 한다. 학생·부모·사회가 원하는 걸 강의해야 한다. 20, 30년 전 박사학위 딸 때 배운 것을 가르치면 요즘 학생들이 써 먹을 수 있겠나. 교수 혼자 중얼중얼해도 안 된다. 사업하겠다는 학생은 창의력·분석력·판단력을, 연극배우 지망생은 연기력·심성·잠재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게 교수다.”



 -교수들 스트레스가 심하겠다.



 “강의평가도 다 공개하려고 했었다.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철저히 피드백하고 있다. 10년 뒤 학령인구가 20만 명 줄어든다. 가톨릭대(입학정원 1748명) 규모의 대학 100여 개가 사라질 수 있다. 교수들에게 솔직히 말한다. ‘가만히 있다가는 우리 모두 (실업자가 돼)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만나게 된다’고. 교수도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나만큼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박 총장은 12개 언어에 능통하다. 그가 유학한 교황청 성서대학원은 150명 입학생 중 박사를 마친 사람이 2~3명일 정도로 과정이 혹독하다. 그는 “‘하버드대 공부 벌레들’이란 말은 약과다. 우린 ‘공부에 미친 놈들’이라 불렸다 ”고 회고했다.



 -국제화를 하려면 외국어가 필수인데.



 “거기(성서대학원) 교수들은 학생들이 듣든지 말든지 가르친다. 그리고 시험만 본다. 책을 무지 읽어야 한다. 성서를 전공한 내가 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그게 수단이라서다. 영어가 국제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24시간 영어를 쓰는 1100명 수용의 영어 기숙사를 만들었다. 꿈도 외국어로 꿔야 언어가 는다.”



 -3년간 등록금을 동결한 데 이어 올해는 4% 인하했다.



 “알뜰하게 살림하면 된다. 정부 지원과 외부 기금을 많이 받아 오고 있다. (웃으며) 신조는 ‘회의는 짧게, 술자리는 길게’다. 370억원(2007년)이던 교외 연구기금이 지난해 600억원을 넘었다.”



 -가톨릭대의 지향점은.



 “‘대학 3.0’이다. ‘대학 1.0’은 좋은 프로그램으로 좋은 교육을 하는 학교, 서울대 같은 곳이다. ‘2.0’은 학생이 좋아하는, 학생이 원하는 걸 주는 학교다. 우리는 ‘3.0’으로 간다. 철학과 영혼이 있는 대학을 만들어 ‘영성(spirit)’이 있는 인재로 키우고 싶다.”



◆가톨릭대 박영식 총장=1954년 경북 김천에서 6대를 이어온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82년 사제서품을 받고 신부가 돼 김수환 추기경의 비서로도 일했다.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했으며, 라틴어 등 12개 언어에 능통하다. 97년부터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로 일하다 2009년 1월 제5대 총장에 취임했다. 2008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서에 대한 해석을 담당하는 교황청 성서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아시아인 최초다. 매일 새벽 4시1분 기상하며 테니스 실력이 프로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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